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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꼬박 열흘을 걸어 갔다, 위성전화도 안 터지는 그 곳





자누·칸첸중가 히말라야 트레킹



마을을 지나니까 밭이 나왔고, 밭을 가로지르니 숲이 나왔고, 숲을 통과하니 협곡이 나왔고, 협곡을 통과하니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이 떡 하니 가로막고 서 있었다. 걷기 시작한 지 7일째 채람 진입 전.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평원을 적시고 있었다.







저는 지금 마른 빙하 위에 있습니다. 거대하게 펼쳐진 칸첸중가 히말라야 거벽 아래 얄륭캉 빙하 위에 서 있습니다. 해가 뜨면 얼음이 반짝이는 화강암의 사막이 펼쳐지고 눈이 내리면 빙하의 물결이 굽이칩니다.



 매일 아침, 텐트 지퍼를 열고 나서면 검은 벨벳을 두른 듯한 칸첸중가 히말라야가 시야에 가득 들어찹니다. 동쪽 칸첸중가 남봉(8476m)에서 시작된 산괴(山塊:산덩어리)는 칸첸중가 중앙봉(8473m)·칸첸중가(8586m)·얄룽캉(8505m)을 거쳐 자누(7710m)까지 이어집니다. 끝없이 이어진 산괴는 마치 독수리의 날개 같습니다. 칸첸중가 히말라야 초입, 자누 동벽이 시작되는 암벽 바로 아래 제 텐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칸첸중가 베이스캠프까지는 5시간 남짓 걸립니다.



 저는 K2익스트림팀 자누동벽원정대(중앙일보·K2코리아 후원)를 따라 지난 2일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에서 오려면 쉬지 않고 와도 열흘이 넘게 걸립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걷고 또 걸었습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바다르푸르 공항에 내려 자동차로 꼬박 하루, 다시 도보 카라반(caravan:사막 등 오지를 걷는 여행)으로 열흘을 가야 합니다. 도중에 해발 3000m 근방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 이틀 머물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까지 오는 데만 보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히말라야 고산 원정을 모두 5회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원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칸첸중가 히말라야까지 오는 길은, 제가 경험했던 에베레스트(8848m) 베이스캠프 트레킹이나 K2(8611m) 트레킹보다도 더 멀고 험한 여정이었습니다. 20년 가까이 히말라야를 탐험해온 김형일(44) 원정대장마저 “이번 원정이 가장 험하다”며 “진정한 히말라야의 오지에 왔다”고 털어놨습니다.



 말 그대로 지구 최후의 오지에 와 있는 느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요. 처음엔 “정말 오지구나”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원정대는 항아리 속 같은 빙하에 콕 박혀 있습니다. 히말라야 고산 원정의 필수품인 위성전화도 이 안에서는 불통입니다. 이 기사를 보내기 위해 저는 위성전화가 터지는 장소까지 꼬박 8시간 산을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전기가 없어 발전기를 돌리며 서울에 기사와 사진을 보냈습니다.



 밤마다 고소 증세가 와서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혼자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물론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다 보면 아침이 옵니다. 어김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며 저는 비로소 안심합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히말라야 트레킹의 입문 코스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걸은 칸첸중가·자누 코스는 히말라야 트레킹의 최후 코스일 것입니다. 정말로 인생에서 딱 한 번만 경험하고픈 그런 곳입니다.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길고도 험했던 여정에 대해 들려 드립니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원시림 넘고 빙하 건너, 길의 끝에 서다

한때 히말라야 8000m를 꿈꾸는 이들 중에서 해발고도 ‘0’ 지점부터 걸어서 올라야 진정한 등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뜻 허황돼 보이는 그들의 주장이 실현 가능한 코스가 있다면 아마도 칸첸중가 히말라야 카라반이 유일할 것이다.



네팔 동쪽 칸첸중가(8586m)·얄룽캉(8505m)·자누(7710m)가 자리한 칸첸중가 보존지역에 가려면 네팔 바다르푸르 공항에서부터 카라반이 시작된다. 바다르푸르 공항이 있는 찬드라가디의 해발고도가 100m 남짓이다. 여기서 칸첸중가 베이스캠프(5150m)까지 간다는 건 5㎞에 가까운 고도 차이를 온몸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칸첸중가 히말라야를 가는 건, 말 그대로 걸어서 하늘까지 가는 것이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 네팔의 속내를 헤집고 다니다









토르통에서 체람 가는 길, 히말라야 원시림이 펼쳐졌다.











케방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현지 아이들과 함께. 노트북은 현지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장난감이었다.











다할가운 마을에서 만난 개구쟁이 소년들.











칸첸중가 히말라야로 들어가는 초입의 계단식 논밭. 계곡에서 산 정상까지 수백 계단의 논밭이 이어진다.











네팔의 국화, 닐리구라스. 정열적인 새빨간 꽃이 해발 3000m 지대까지 이어진다.











눈사태는 히말라야에서 괘종시계와 같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쏟아진다.











체람에서 북쪽으로 2시간, 칸첸중가 히말라야를 조망할 수 있는 케른.











정대의 짐을 나르는 소녀. 열세 살 쿠마리 는 학교를 포기하고 원정대의 포터를 자원했다.





K2익스트림팀 자누동벽원정대(중앙일보·K2코리아 후원)는 모두 5명이다. 우리 원정대는 꼬박 열흘을 걸어 여기 칸첸중가 히말라야 지대까지 왔다. 지도를 보니까 칸첸중가(8586m)는 네팔의 동쪽 끝, 인도 시킴 지역과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네팔의 속내를 속속들이 헤집고 다니다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네팔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다르푸르 공항이 있는 찬드라가디 인근에 림부족과 체트리족이 살고 있었다. 논에 벼를 심고, 집에서 소를 키우고, 봄이면 동네 사람이 모두 모여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 20~30년 전 우리네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습하고 무더운 아열대 기후여서 1층은 움막으로 쓰고 2층 통나무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히말라야라기보다는 동남아시아처럼 보였다.



 그러나 찬드라가디를 벗어나 일람(Ilam) 지역으로 들어서니 풍경이 전혀 달라졌다. 트럭처럼 개조한 전세버스가 고도 1500m까지 올라가자 계단식 논밭이 한없이 펼쳐졌다. 여기 일람 지역은 인도의 다르질링과 더불어 세계적인 그린티 주산지다. 고도 1500~2500m 사이, 버스가 몇 시간을 달려도 차밭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다르푸르 공항에서 도보 카라반이 시작되는 타르푸 마을까지는 150㎞ 거리다. 그러나 지프도 겨우 지날 만큼 험한 길이어서 원정대를 태운 버스는 시속 20㎞도 내지 못했다. 버스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지점, 그곳에서 도보 카라반이 시작됐다.



# 열세 살 소녀 포터 쿠마리



타르푸(1000m)에서 자누 베이스캠프(4950m)까지 꼬박 8일을 걸었다. 타르푸에서 시작된 길은 다할가운(1000m)~도반(1000m)~케방(2000m)~얌푸딘(2000m)~토르통(3000m)~체람(3900m)~람제(4500m)~얄룽캉 베이스캠프(4900m)를 차례로 거쳐야 자누까지 이어진다.



 해발 4000m 아래 지역인 체람까지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토르통에서 체람까지는 히말라야 원시림 지대다. 협곡 사이를 통과하는 이 구간은 사철 안개가 몰려와 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네팔 국화 닐리구라스부터 소나무·대나무까지 푸른 이끼를 덮어쓰고 있었다.



 얌푸딘은 칸첸중가·자누로 향하는 원정대가 어김없이 하루를 묵는 곳이다. 타르푸에서 시작한 계단식 논밭이 얌푸딘에서 비로소 끝난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얌푸딘엔 오래전 티베트에서 이주해온 셰르파족이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원정대 짐을 들어주는 포터 대부분이 얌푸딘 출신이다. 이들 중에는 이제 열서너 살 정도에 불과한 소녀도 있다. 카라반 중에 만난 쿠마리(13)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 나이였다. 그러나 제 몸집보다도 큰 33㎏의 짐을 지고 우리 원정대를 따라왔다. 여러 차례 히말라야에 들어왔지만, 열세 살 소녀 포터는 처음이었다. 쿠마리는 야무진 표정으로 “학교보다 돈이 먼저”라고 말했다.



# 자연이 위대한 이유



해발 4500m에 자리한 람제는 칸첸중가 히말라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대부분 여기서 걸음을 돌린다. 이 다음부터는 원정대의 길이다. 람제에서 약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셰르파족이 쌓아놓은 케른(라마교도가 안녕을 기원하며 쌓은 돌무더기)이 있다. 이 케른 앞까지 올라가야 눈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칸첸중가 히말라야가 비로소 나타난다.



 케른을 지나면 항아리 속 같은 얄룽캉 빙하 속으로 미끄러진다. 여기에서 자누·칸첸중가 베이스캠프까지는 죽음의 길이나 다름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과도 같은 길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원정대와 히말라야 까마귀뿐이다. 경사마저 가팔라 자칫 몸의 중심을 잃으면 거대한 빙하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빙하 초입에서 자누 베이스캠프까지는 8시간, 칸첸중가 베이스캠프까지는 이틀이 걸린다.



 해발 4950m 자누 베이스캠프에서 맞은 아침은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밤새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었던 텐트가 오전 7시30분 햇살이 동쪽 칸첸중가를 넘어 비추기 시작하면 이내 후끈 달궈진다. 그러나 티 없이 맑던 하늘은 별안간 짙은 구름에 휩싸인다. 자누 상공에서 몰려온 구름이 진눈깨비를 뿌린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괴롭다. 대자연 앞에 홀로 서 한 생명으로서의 생명력을 시험받는 듯한 기분이다. 살아 있다는 생각이 이처럼 생생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자연은 역시 위대하다.















● 자누·칸첸중가 베이스캠프 가는 길



자누 베이스캠프는 해발 4950m, 칸첸중가 베이스캠프는 해발 5150m에 있다.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람제(4500m)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람제는 네팔 칸첸중가 히말라야 트레킹의 기점이 되는 곳으로, 사방이 해발 6000~7000m급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대다. 분지 한복판에 초원 지대가 펼쳐져 있고 그 초원 지대 가운데 돌무더기 로지(lodge)가 외로이 자리하고 있다. 여행 상품으로도 갈 수 있다. 정기 상품은 없고, 2~3명 이상 팀을 짜서 주문하면 떠날 수 있다.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트레킹 에이전시 세븐서미트트렉(sevensummitreks.com)이나 윈드호스트렉(windhorse-trek.com)에서 상품을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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