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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간 교체” … 4색· 3색 신호등 ‘혼란스러운 동거’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 등 서울시내 11개 교차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화살표 3색 신호등’의 최대 단점은 좌회전 금지를 뜻하는 빨간색 화살표가 ‘좌회전을 해도 된다’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빨강·노랑과 초록 사이에 좌회전 화살표가 따로 들어간 4색 신호등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채택하고 있다”며 “빨강과 초록 램프 안에 화살표가 들어간 3색 신호등은 야간에도 좌회전이 허용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명 다하면 차례로 교체”
운전자들 “무조건 따르라니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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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시민들은 이 같은 경찰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광장 앞에서 만난 주부 박연주(35)씨는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가 무슨 뜻인지 몰라 주춤대다가 사고가 날 뻔했다”며 “시범 실시는 차량 통행량이 적은 외곽지역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회사원 김민승(33)씨도 “무작정 바꿔놓고 이게 좋고 선진적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경찰 입장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경찰이 충분한 홍보 없이 화살표 3색 신호등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홍익태 교통관리관은 “앞으로 화살표 3색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한편 인터넷과 교통방송 등을 통해 새 신호등의 의미와 운전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내구연한이 지난 신호등을 교체할 때 자연스럽게 화살표 3색 신호등으로 교체할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들어갈 비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신호등을 한 번 교체하려면 약 170만원이 든다. 보호 좌회전이 허용되는 전국의 교차로는 2만여 개로 신호등 교체에는 약 34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은 “신호등 내구연한은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전국의 신호등을 화살표 3색 신호등으로 교체하는 데는 10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10년 동안 4색과 3색 신호등이 공존하면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대한 작업의 배경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가 있다. 강만수 국경위 위원장은 1988년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의 보험국장을 지냈다. 빈발하는 교통사고가 손해보험업계의 이슈였고, 강 위원장은 이를 후진적인 교통문화 때문이라고 봤다. 강 위원장 산하의 국경위는 2009년 초 경찰에 교통운영체계 개선안을 내라고 주문했고 경찰은 ‘화살표 3색 개선안’이 포함된 19개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발제했다. 강 위원장의 소신인 ‘우측보행’도 19개 과제 안에 포함됐다.



 신호등 개편 작업의 실무를 맡은 경찰은 화살표 3색 개선안이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화살표 3색 신호등은 여러 가지 보조표지를 지저분하게 부착하지 않아도 어디로 가라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운전자들이 곁눈질을 하지 않고 자기 신호를 자기 차선 위에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대 하경효(법학) 교수는 “교통 신호 체계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가급적 그대로 놔두는 게 낫다”며 “이번에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형식적인 절차는 거쳤겠지만 계속 부작용이 생긴다면 과감히 재개정해 원상복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이 통과됐다고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경찰의 입장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혼선이 전문가들의 ‘집단 사고(groupthink)’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경찰과 국경위 실무자들은 신호등 개편작업 과정에서 교통공학 전공 교수들에게 크게 의지했다. 대한교통학회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나온 연구용역 결과도 참고했다.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3색 신호등은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고 외국인이 국내에서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원 안효상(33)씨는 “나라마다 고유의 신호체계가 있다”며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지혜·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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