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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지식·과학] 북태평양 떠도는 제7대륙 ‘쓰레기 섬’

지난 1일 오후 2시 일본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 2㎞ 해상. 쓰레기가 뒤덮인 바다 위를 수색하던 일본 해상구조대 헬기가 잔해 위에서 뭔가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고도를 낮춰 다가가자 바다로 떠내려온 주택 지붕 위에 웅크리고 있던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해상구조대원들은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무사히 개를 구출됐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하게 3주 만의 일이었다. 개 한 마리가 구조됐지만 대재앙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일본 사람들에게 는 큰 위로가 됐다. 바다에 빠진 착한 사람을 거북이가 나타나 살려 줬다는 동화처럼.

 미국 ABC방송은 지난 8일 쓰나미가 만들어 낸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해류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여만 채의 건물뿐 아니라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실종자 시신까지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비극을 담고 있는 잔해는 지금도 바람과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휩쓴 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져 내린 주택 잔해와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동쪽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쓰레기 더미가 하루 16㎞씩 이동해 이르면 1년 후에는 미국 서부 해안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북태평양 한복판에는 이보다 훨씬 큰 쓰레기 더미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다. 남한 면적의 14배나 되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으로 크기만 따지면 ‘제7의 대륙’이라고 할 만하다.

 제7의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찰스 무어다. 그는 199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까지 태평양을 횡단하는 항해 경기에 참가했다. 알루미늄 쌍동선(雙胴船·선체 두 개를 나란히 연결한 배)을 몰던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 근처에서 신대륙과 맞닥뜨렸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쓰레기는 끝없이 파도에 밀려와 선체에 부딪혔다. 플라스틱 컵과 병뚜껑, 고기잡이 그물과 낚싯줄 등 없는 게 없었다. 이 쓰레기 더미는 훗날 ‘태평양 대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무어는 자신이 발견한 ‘섬’을 해양학자들에게 알렸다. 99년에는 직접 조사단을 꾸려 다시 현장을 찾기도 했다. 해양학자의 조사 결과 쓰레기 더미를 이루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대부분 쌀알 크기로 잘게 부숴져 떠다니고 있었다. 인공위성도 비행기에서도 볼 수 없는 대륙이었다.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이 해역에는 ㎢당 33만5000점의 쓰레기 조각들이 분포하고 있었다.

 해양 쓰레기는 바다에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북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크게 맴도는 북태평양 환류(gyre)를 타면서 무리 지어 다니는 물고기처럼 한데 뭉치는 응집력을 얻는다. 맴돌이 해류에 쓰레기가 휩쓸리면 바람에 밀려 중심부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일본 도카이(東海)대학팀도 “북태평양 전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고루 분포한다 하더라도 5년 후에는 해류에 의해 75%가 하와이 주변으로 몰려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쓰레기 더미는 북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과 인도양 등 전 세계 바다에 다섯 개나 된다. 북대서양에 있는 쓰레기 더미도 지름이 수백㎞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가이아와 ‘제7대륙’의 전쟁=목포해양대 김용진(해양환경공학) 교수는 “모여든 쓰레기는 파도에 부딪히고 강렬한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조금씩 분해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분해되는지 알려면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구를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 즉 가이아(Gaia)로 여기는 측에서는 “바다 위의 거대한 다섯 개 쓰레기 더미는 지구의 피부에 난 ‘종기’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피부를 뚫고 침투한 병균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죽은 백혈구 더미처럼 지구가 인류의 오염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플라스틱 조각은 해양생태계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바닷새·물고기·거북이 등이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잘못 알고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조각은 스펀지처럼 유해물질을 빨아들인다. 유해물질로 오염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농축(Biomagnification)’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원수 박사는 “보통 태평양의 쓰레기 중 80%는 육지에서 떠내려온 것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선박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는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기도 하고, 일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걷어 내는 비용이 엄청난 데다 공해상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앞장서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가이아(Gaia)=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이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뜻에서 지구 생태계를 가이아라 이름 붙였다.

◆환류(gyre)=원형으로 순환하는 거대한 해류 시스템을 말한다. 지구 자전에 따른 코리올리 효과(Coriolis Effect) 때문에 공기(바람)가 원을 그리며 돌고 이에 따라 해류도 같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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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