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부도난 뒤 등급 내려 … 신용평가 ‘고장난 사이렌’

신용평가회사가 기업에 매기는 신용등급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투자적격’ 평가를 내린 지 몇 달도 안 돼 삼부토건·LIG건설·대한해운 등이 연이어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신용평가사를 믿고 이들이 발행한 채권·기업어음(CP)을 사들인 투자자들만 애꿎게 피해를 떠안게 됐다.

 1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올 1월 14일 진흥기업의 CP를 투자적격 등급인 ‘A3’로 평가했다. “추가 운전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이고, 효성그룹 계열사인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대응력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가 후 한 달도 안 돼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신용등급을 얼른 ‘C’로 낮췄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건설산업 등 다른 기업의 평가 사례도 ‘판박이’다. 잔뜩 긍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가 이들이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에야 부랴부랴 등급을 낮추는 ‘뒷북 평가’를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진작부터 신평사들이 ‘부도나야 울리는 사이렌’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부실 평가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들 수익의 90%는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하는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기업이 채권·CP를 발행할 때 신용등급을 책정하면서 받는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객 입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나쁘게 평가했다가 기업이 거래를 중단하면 회사 수익이 타격을 받는다. 실제 2009년 한기평은 대한해운의 신용등급을 기존 ‘A- 긍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내렸다가 대한해운이 거래처를 다른 평가회사로 바꾸는 바람에 곤욕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평가 등급이 낮은 회사가 되레 부도가 덜 나는 ‘신용등급별 부도율 역전 현상’도 생긴다. 한국신용평가의 지난해 ‘BB’ 등급 부도율은 8.33%다. 등급이 더 낮은 ‘B’ 등급 부도율(3.85%)보다 높았다. 2008, 2009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기평도 지난해 ‘BB’ 등급 부도율이 13.3%로 ‘B’(3.45%)·CCC(0%)보다 높았다.

 물론 신평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평사 관계자는 “기업 유동성 위기는 갚을 능력이 안 되거나, 갚을 의지가 없는 때 나온다”면서 “전자의 경우 재무·신용 분석을 통해 가려낼 수 있지만, 후자는 찾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문제가 된 기업들은 후자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평가를 왜곡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을 매길 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 등 비정량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이유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멀쩡한 기업을 죽인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평사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일부 금융회사는 자체 평가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채권·CP를 판매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 및 탐방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동양종금증권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사실상 기업들이 신평사를 고르는 현 상황에서는 소신 있는 보고서가 나오기 힘들다”며 “같은 신평사에 3년 이상 평가 못 받게 하는 순환평가제나, 감독당국이 수수료를 거둔 뒤 신평사에 나눠주는 공탁금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