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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폰서 검사들, 이렇게 놀았다"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한번 하자. 여기서 자기 파트너하고 즉석 섹스를 하는 아가씨한테 2차비를 다 몰아주자. 물론 쌍방이 합의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스폰서 검사’ 의혹을 폭로한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정용재(53)씨가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모 검사가 자원했다. 그의 파트너도 동의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룸의 병풍 뒤에서 옷을 벗고 성관계를 맺었다.



당시 벌인 놀이에는 조건이 있었는데, 실제로 성관계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짓을 하는 광경을 병풍 뒤에서 정씨를 포함한 사람들은 구경하고 박장대소했다. 유독 섹스와 술을 좋아했던 그 검사는 성접대를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정씨는 전한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씨가 구술하고 당시 사건을 취재한 기자 정희상(48), 구영식(41)씨가 이를 받아 정리한 책이다.



정씨가 지난해 4월 MBC TV ‘PD수첩’을 통해 ‘스폰사 검사’ 의혹을 폭로한 이후 특검이 수사를 벌이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정씨가 전별금으로 30만~50만원, 순금 마고자 단추 등 스폰서 검사들에게 건넨 금품의 액수와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촌지 수수 관행과 전·현직 검사들이 술·성접대를 받는 장면 등을 실명과 함께 적나라하게 까발려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책에서 “지청을 떠나는 검사들에게 전별금으로 30만~50만원을 건넸다”며 “카페 등 술집 외상값도 다 갚아줬다”고 폭로했다. “1986년부터 순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로 줬다”며 “3돈짜리 순금 단추 두 개를 한 세트로 선물했는데 검사들도 신기하니까 아주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순금 마고자 단추 선물은 1991년까지 계속했다”며 “최소 30명의 검사들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정씨는 또 한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지청장 100만원, 평검사 30만원, 사무과장 30만원, 계장에게 10만원씩 상납했다고도 적었다. 퇴직 검사들까지 포함하면 한 번 이상 접대한 사람은 200명 이상이 된다고 했다. 이 중 검사 56명의 실명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검사들의 술자리는 대부분 성접대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특히, 책의 제4장 ‘대한민국 검사들, 이렇게 놀았다’ 속에 묘사된 검사들의 행태는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성접대를 위해) 모델들이 부산에서 진주로 내려올 때 고속순찰대의 호위를 받았다. 고속순찰대 6지구대에서 호위를 해줬다. 그러면 모델들도 기분이 업됐다. 내가 부탁했고 검사들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당시 순찰대장이던 모씨가 알아서 해줬다. 대원들이 40명쯤 됐는데, 그렇게 모델들을 진주로 부르는 행사를 할 때마다 촌지를 줬다.”(110쪽)



검사들은 나는 새만 떨어뜨린 게 아니라 나는 비행기도 날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사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오전, 오후 두 편의 항공기만 운행됐다. 비행기 탑승 수속을 간소화한다 해도 일요일 지리산 등반을 마친 검사들이 비행기가 이륙하기 10분 전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 각 공항에는 경찰이 상주 근무하는 103호실이란 곳이 있다. 당시 이 103호실에서 모든 승객이 탑승한 후 비행기 이륙시간을 30분 이상 지연시켜줬다. 검사들은 수속도 생략한 채 급하게 비행기에 올랐고, 비행기는 30분 늦게 이륙했다.”(114~116쪽)



정씨는 이 책 제1장 ‘검사들의 스폰서, 나는 왜 그들을 고발하게 되었나’에서 “폭로 이후 하루에도 수십 번 자살을 생각하며 지냈다”며 “내가 지금까지 직접 수백 명의 검사를 겪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야비하고 치졸하게 보복을 가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검찰을 상대로 하는 제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들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나도 모르게 내 주변 인물 누구를 겁박하고 있을지, 나를 옭아매기 위해 어떤 공작을 펼치고 있을지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씨의 구술을 정리한 정희상, 구영식씨는 “이 책에서는 정씨가 접대했던 검사들의 이름을 과감하게 드러냈다”며 “한두 번 접대 받은 검사들 이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위의 걱정도 있었지만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졌을 때 공개된 일부 고위직 검사들뿐 아니라 일반 검사들조차도 스폰서 문화에 포획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검찰의 출간 저지 의혹도 제기했다. “이 책을 한참 편집하고 있던 3월 무렵 검찰에서는 책이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며 “정씨가 안동교도소로 수감되기 전 부산구치소에 있을 때 부산지검 검사가 이 책 초고를 입수하려고 그의 방으로 들이닥치기도 했다”고 알렸다. “간발의 차이로 우편으로 내보낸 뒤여서 (검사가)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스폰서 검사들 전원의 실명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출판사 책보세의 김이수 주간은 “너무도 명백한 물증과 숱한 증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검사들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전원 무사했다”며 “과연 검찰공화국이다.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는 공권력으로서 존재이유를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이 책을 발간해 스폰서 검사 전원을 시민법정에 세우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지난달 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정아(39)씨의 자전 에세이집 ‘4001’과 폭로성 회고록으로 묶이며 주목 받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2007년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씨가 펴낸 ‘4001’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폭로하며 정치권으로까지 파장을 미쳤다. 예일대 박사학위의 전말, 연인관계였던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정운찬(62) 당시 서울대 총장과의 관계 등을 털어놓으며 단기간에 핫 이슈가 됐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의 정씨나 ‘4001’의 신씨는 언론에 비해 제약이 다소 적은 책을 통해 그간 밝히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4001’을 낸 출판사 사월의책의 안희곤 대표는 “신정아 사건 이후 신씨가 단 한번도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출판사를 물색하던 신씨와 그녀가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가 만나면서 책이 발간됐다”는 경위를 전했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을 정리한 두 기자도 책의 서문을 통해 “언론보도의 한계를 절감했던 우리는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책이라는 올드 미디어가 의미 있는 미디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폭로성이 짙은 이 책들이 그저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4001’은 4·27 재보선과 맞물린 출판 시점 탓에 야당과 결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책팔기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또 아직까지 법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으나 책에 등장한 인물들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을 걸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매스컴을 통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돼 흥미롭다”는 독자 반응이 많다. “권력에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까발려져 속시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은이의 일방적인 기술에만 의지해 있는 책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며 선을 긋는다.



출판계 관계자는 폭로성 책들에 대해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제약을 넘어 다른 형태로 새로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고발자들의 사적인 감정으로 점철된 책과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여진 책은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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