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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새 연재] 길에서 만난 사람 ①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그는 백발이 성성한 70대 어르신이다. 그런데 양손엔 스마트폰과 DSLR 카메라가, 가방엔 최신형 노트북이 있다. 인터뷰 도중 “사진을 보여 주겠다”며 노트북을 켜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는 개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홈페이지는 ‘평양면옥’ ‘역전회관’ ‘하동관’ 등 세월의 향기가 묻어나는 맛집 정보로 가득했다. “30년 넘게 모은 보물 같은 정보를 물려주고 싶은데 요즘 젊은이에겐 종이책만 가지고는 다가가지 못할 것 같아 올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71)씨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여행에서 깨쳤죠
30년 모은 맛난 정보 같이들 듭시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1세대 음식칼럼니스트 김순경씨. 1980년대 초부터 음식 사진을 찍고 취재했다. 지금은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블로거가 흔하지만 80년대에 그랬다간 쫓겨나기 십상이었다. 구형 사진기는 최신형 DSLR로, 까맣던 머리는 백발로 바뀌었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그의 열정은 똑같다.



# 해직 기자에서 음식 칼럼니스트로



김씨는 해직 기자다. 1967년 동아일보에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75년 동료 기자 112명과 함께 해직됐다. 이후 그의 삶은 고단했다. 전과가 있어 취직이 힘들었다. 지금 서울 종로타워 자리에 국숫집을 차려 최초의 만두국수전골을 팔기도 했고, 충남 당진에 내려가 육우목장을 하기도 했다. 82년부터는 잡지에서 일을 했다. 그는 잡지에 여행기사를 쓰며 전국을 손수 운전해 다녔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다 그는 “여행에서 가장 남는 건 먹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특별한 미식가여서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하나같이 특색이 다른 제철음식을 맛보면 누구라도 우리 음식의 매력에 빠졌을 거예요.”



 그는 82년 한 일간지에 ‘길따라 맛따라’라는 제목의 맛여행 칼럼을 시작했고, 이후 가장 많을 땐 한 달에 12개까지 맛여행 칼럼을 썼다.



# 30년 동안 식당 4000곳을 취재하다



그는 모두 8권의 음식 책을 냈다.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고 식당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을 낸 사람은 그가 최초다. 그러나 식당에서 제대로 대접받아 본 적은 없다. 오히려 들어가는 식당마다 쫓겨나기 일쑤였다. “당시엔 사진기 들고 가면 주인이 비법이라도 빼 가려는 줄 알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죠.” 가장 기억나는 식당을 물었더니 전북 고창의 ‘조양식당’ 얘기를 꺼냈다.



 “주인 최계월 할머니가 한국 기방음식의 1인자였어요. 80년대 초 그 집을 세 번째 찾아갔을 때도 할머니는 나를 쫓아냈어요. 얌전히 밥만 먹고 툇마루에 한참을 앉아 있었죠. 할머니가 나와 ‘왜 아직도 안 갔느냐’고 했어요. 마당에 있는 석류나무가 꽤 커서 몇 년이나 된 나무냐고, 사장님 나이랑 비슷하냐고 물으니까 그제야 말을 받아 주더라고요. 그러다 전주의 유서 깊은 기방 ‘행원’에서 창을 부르다 목을 다쳐 주방에서 일하게 된 사연까지 들려줬어요. 지금은 서울에 분점을 낸 딸에게서도 종종 연락이 와요.”



 그가 30년 넘도록 취재한 식당은 4000곳이 넘는다. 그 많은 식당을 들락거리면서 그는 “조건 없이 음식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식당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마음이 푸근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춘천에 있는 ‘샘밭막국수집’ 할머니는 임신부 손님이 오면 두부 한 모라도 더 주고 제주도에서 온 손님에겐 ‘오는 삯이 얼만데 이깟 게 대수냐’며 빈대떡에 막걸리를 내줘요.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런 집이 오래 사랑받더라고요. 음식도 결국은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것이니 음식 속에 그 집 주인의 인품이 녹아 있지 않겠어요?”









8권의 음식 책을 낸 그는 “이제 온라인을 활용해 젊은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 젊은이들에 다가가려 홈페이지를 열다



최근 음식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었다.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특히 요란을 떤다. 요즘 세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느는 건 좋지만 한편으론 음식을 망치고 있어요. 요즘엔 돈을 받는 블로거나 칼럼니스트도 많다는데, 과연 주인이 대가성 음식을 순수한 마음으로 요리할까요? 방송을 보니까 특이한 재료를 많이 넣고 거창한 퍼포먼스를 해야 멋진 음식인 것처럼 포장을 하더라고요. 사람 몸엔 신선한 재료와 단순한 요리법이 제일 좋은 건데.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라는 로컬 푸드니 시즈널 푸드니 하는 거, 다 우리 전통음식의 특징 아닌가요? 진실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는 겁니다.”



 그는 일흔한 살 나이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유를 다시 강조했다.



 “지금 끌고 다니는 차가 11년 됐는데 54만㎞를 달렸어요. 서울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도 1년에 5만㎞씩 달린 셈이죠. 돈 안 되는 일에 평생 빠져 살고 있으니 가족에게도 미안해요. 하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매력을 계속 알리고 싶어요. 지금 일본 방사능으로 뒤숭숭하지만 사실은 음식 잘못 먹어 쌓이는 독 역시 방사능 못지않아요.”



● 김순경씨는



1940년 평양 출생. 대한민국 1세대 음식 칼럼니스트다. 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여행과 음식 칼럼을 써왔다.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을 비롯해 맛여행 책 8권을 출간했고, 지금도 각종 잡지에 음식 칼럼을 연재한다. 칠순이 넘었어도 스마트폰과 DSLR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www.hansiktour.co.kr)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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