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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나에게 야구는 □이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는 어떤 이에게는 애인이고 종교이고 피로회복제다. 롯데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쓰레기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길게 찢은 신문지를 흔들며 응원하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봄이 오면 꽃만 필까요. 아니랍니다. 봄이 오면 프로야구장에 환호성도 피어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프로야구가 마침내 지난 2일 개막했습니다. 다시 야구장이 들썩거립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야구팬이 응어리를 풀어내기라도 하듯이 ‘김동주!’ ‘이대호!’를 목놓아 외칩니다.



 “한 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고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4월입니다. 야구가 없는 11월부터 3월까지는 사는 낙이 없습니다!”



 한화 팬이라는 신웅철(28)씨의 일성입니다. 이처럼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사는 ‘야구 폐인’이 전국에 허다합니다. 이들에게 야구란 무엇이고,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서울·부산·대구·대전·인천, 전국 5개 도시 야구장을 돌아다니며 들어봤습니다. 우선 ‘양신’ 양준혁(42)씨에게 물었습니다. 지난해 은퇴하고 올해는 해설위원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왔죠. 양 위원에게 야구는 뜻밖에도 “애인 만들기”였습니다.



 “처음엔 사귀기 힘들지만 성공하면 매일 보고 싶은 게 애인 아닙니까. 야구도 마찬가지죠. 처음 야구장에 가면 뭐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도 알 수가 없어 정말 다가가기 힘들죠. 그렇지만, 규칙을 조금만 알면 매일매일 보고 싶은 것이 야구입니다.”



 듣고 보니, 여태 결혼도 안 하고 야구에만 미쳐서 산 ‘양신’다운 답변이었습니다.



 롯데 사직 개막전에서 만난 김효은(25)씨. 그녀는 롯데구단 직원으로부터 ‘승리의 여신’으로 불립니다. 그녀가 야구장에 나타나면 롯데가 이겼다고 하네요. 서울에 직장이 있는 그녀가 부산까지 야구를 보러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만 명이 함께 목청껏 응원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야구는 저에게 피로 해소제예요. ‘괴물(한화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이대호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땐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돌았으니까요.”



 “홍대앞 클럽”이라고 표현한 팬도 있습니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강민경(23)씨는 “응원가에 맞춰 치어리더와 춤추고 맥주 마시며 한바탕 노니까 클럽에 온 기분”이라고 하네요. 복잡한 야구 규칙 몰라도 야구장을 찾는 여성 팬이 요즘 부쩍 늘었지요.













부산에서 만난 김정환(42)씨는 “본방 사수해야 하는 미니시리즈”라고 했습니다. “안 보면 궁금해 미칠 것 같고, 끝날 때까지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게 꼭 드라마이잖아요. 중간중간 인생의 희로애락까지 녹아있고요.” 정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야구의 묘미는 마지막까지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거잖아요. 이 밖에도 재미난 답변이 많습니다. 몇 가지 더 들어보실까요.



 “야구는 종교다.”-김성필(49)씨, 주말마다 성당이나 교회를 가는 것처럼 야구장엘 가니까.



 “야구는 만국 공통어다.”-재미교포 에단 리(30), 야구장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낯선 사람과 금세 가까워지니까.



 “야구는 고추장이다.” -김유경(29)씨,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으니까.



 다들 이상해 보이시나요? 글쎄요. 통계가 있습니다. 프로야구는 올해 3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600만 명 가까운 관중이 몰렸고, 이제까지 모두 1억 명 넘는 사람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이상해 보이세요? 1억 명 중에 당신이 없는 게 이상한 게 아니고요? 장담합니다. 야구에 한번 빠지면 ‘떠난 현빈’ 다시는 안 찾습니다. 대신 ‘동주앓이’와 ‘대호앓이’가 시작됩니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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