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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어느 곳이든 동행”

걷는 것을 목적으로 아름다운 곳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천안의 트레킹 모임 ‘유유자적 천안’. 이들은 걸어 다니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주변 명소를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추억을 남들에게 홍보하기도 한다. 두발로 걷다 보면 풀벌레의 노랫가락, 풀 숲 사이에 숨겨진 절경 등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만날 수 있다. ‘유유자적 천안’이 느끼는 즐거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트래킹 모임 ‘유유자적 천안’







유유자적 천안 회원들이 자연을 벗삼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트레킹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다닌다. [조영회 기자]







‘트레킹으로 자연과 하나 되자’



지난 10일 일요일 오전 9시30분 천안시 목천읍에 위치한 이동녕 생가 주차장.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20여 명의 성인 남녀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하나~둘 바비님 오늘 몸이 가벼워 보이시는데요”



 “포비님은 왠지 피곤해 보이세요. 오늘 트레킹으로 피곤함을 잊으셨으면 좋겠네요”



 서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준비운동에 열중하는 이들은 트레킹 동호회 ‘유유자적 천안’의 회원들. 단순히 자연을 벗삼아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매주 천안·아산지역에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 걷는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며 걷는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걷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목표는 없다. 해가 떠 있을 동안 즐겁게 걷다가 해가 저물면 멈춘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로에게 이름대신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부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답답했던 삶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연에 몸을 맡기는 만큼 이름보다 닉네임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흔들릴때마다한잔’(55·최구현)은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많이 듣기 때문에 모임에서만큼은 자신이 직접 지은 별명을 듣고 싶어한다”며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재미있고 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유유자적 천안은 45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7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이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고 천안·아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 함께 걷는다.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는 즐거운 모임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치고 회원들은 저마다 웃음꽃을 피우며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이날 유유자적 천안의 트레킹 코스는 이동녕 생가~용화사~은석초~병천천~은석사~병천이다. 물론 완주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장소에서는 잠시 앉아 쉬었다 가기도 하고, 들에 피어있는 봄 꽃을 보며, 서로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어머 개나리가 이쁘게 폈네. 내가 어렸을 적에 말야… 깔깔깔”



 ‘카나리아’(44·여·최미숙)는 개나리에 얽힌 어린 시절을 얘기하며 회원들과 즐겁게 웃는다. 그의 웃음은 마치 20대 처럼 맑고 싱그럽다. 44세 3딸의 엄마, 한남자의 아내로서 평범한 생활을 해왔던 그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독서와 난 키우기 정도가 취미였다. 집에서 할 일이 없으면 누워서 텔레비전을 봤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자녀들도 더 이상 그의 손길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반복된 일상에 즐거운 일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 점점 체력도 약해지다 보니 조금만 걸어도 피곤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활력을 안겨준 것은 다름아닌 트레킹이다.



 자연이 좋아 그저 주말마다 산과 들을 찾던 그의 남편 ‘포비’(44·안신용)는 그에게 함께 가볼 것을 권했다. 집에서만 생활했던 카나리아에게 몇 시간 동안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무작정 걷기로 했다. 자연이 준 선물을 만끽하다 보니 자신들의 지역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고, 매주 주말마다 트레킹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다 이들 부부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신들만 즐기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함께 가볼 것을 권했고 함께 간 사람들은 또 다른 이를 이끌었다. 그것이 이어져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고 그 인연으로 유유자적 천안이 만들어졌다.



 “등산은 정상을 목표로 하잖아요. 집 앞 공원길은 너무 인위적이고요. 트레킹은 자연을 만끽하고 힘들면 쉬었다 갈 수 있어 좋아요” 트레킹 예찬론이 끝없이 이어진다.



 길을 걸으며 그녀의 몸에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속이 더부룩한 증세와 변비가 말끔히 사라진 것. 몸이 약해 운동을 싫어하던 그였지만 이젠 4시간 이상 15㎞ 정도를 걷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입맛도 좋아져 뭐든지 잘 먹고 잘 소화시킨다. 생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집안일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그가 길에서 나무, 야생화 등을 보면서 자연스레 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동호회 닉네임도 카나리아로 지었다. 카나리아는 “사는 게 참 재밌어요. 성격도 이전보다 밝아졌고요. 요즘은 모든게 즐겁고 행복하네요”라며 웃는다.



천안 흥타령길 조성을 위해



유유자적 천안은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정기트레킹에 나선다. 매주 수요일에는 야간트레킹을 하고 마음 맞는 회원끼리 언제든지 떠나는 번개트레킹도 한다. 또 천안·아산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변산 마실길, 강릉 바우길 등 전국 어느 곳이든 걷고 싶은 장소를 찾아 다닌다.



 이런 이들에게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바로 천안의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천안 흥타령길’을 조성하겠다는 것. 올레길과 둘레길 처럼 걷기 좋고 풍경 좋은 곳은 사람들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관광지가 된다. 유유자적 천안 회원들은 천안에도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가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 천안시에서는 지난해부터 호국관광벨트화 사업으로 횃불도보길을, 명품등산로 조성사업으로 태조산 솔바람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유자적 천안이 지역의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 ‘천안 흥타령길’로 가꾼다면 우리 지역에도 걷기 좋은 명품길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유자적 천안 안신용 카페지기는 “천안에 좋은 길을 홍보하기 위해 흥타령길 탐사대를 조직해서 지난해 9월부터 천안 곳곳의 공간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삼거리공원 부근, 독립기념관을 시작으로 흑성산 둘레길, 북면 코스모스길 등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안에 아름다운 길을 전국으로 홍보하고 싶다. 천안시민과 아산시민들도 우리 고장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몸소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라고 덧붙였다.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 유유자적 천안 회원들과 함께 트레킹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

흥타령길 탐사대 일지



1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0.09.19 (일) 삼거리 둘레길

기온: 20℃ ~ 25℃

트레킹 시간: 4시간

트레킹코스: 삼거리공원 → 천안 죽전원 → 장고개 → 뱀넘어 고개 → 취암산 → 고려신학대학 → 삼거리공원(8㎞)



2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0.10.03 (일) 독립기념관 둘레길

기온: 16℃ ~ 25℃

트레킹 시간: 4시간

트레킹코스: 삼거리공원 → 지산리 → 용연저수지 → 목천 → 삼거리공원(15㎞)



3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0.10.03 (일) 북면 코스모스길

기온: 10℃ ~ 23℃

트레킹 시간: 6시간

트레킹코스: 삼거리공원 → 지산리 → 용연저수지 → 목천 → 삼거리공원(15㎞)



4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0.11.21 (일) 풍세길

기온: 2℃ ~ 17℃

트레킹 시간: 4시간

트레킹코스: 청당동 이동 → 용평삼거리(영상단지) →미죽리 → 미죽초교 → 풍세면 가송리 →풍세면 용두리 →풍세면사무소(10㎞)



5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0.12.19 (일) 병천유관순길

기온: -2℃ ~ 9℃

트레킹 시간: 3시간

트레킹코스: 연춘리 이동 → 유관순 열사 기념관 → 병천 아우내장(8㎞)



6차 트레킹 일지

일시장소: 2011.01.16 (일) 성환 천변길

기온: -2℃ ~ 9℃

트레킹 시간: -16℃ ~ -8℃

트레킹코스: 두정동 복지회관 → 업성초교 → 직산역 → 성환천 → 성환장터(15㎞)

최구현 총무 인터뷰









최구현 총무(55)와 부인 유진숙(50) 씨.



“행복과 건강 위해 걸을 수 있을 때 까지 걷겠다”



-유유자적 천안에 부부가 함께 참여 하게 된 계기는.




 “업무와 관련된 협력사 직원으로부터 우연히 카페를 알게 됐고 좋은 모임인 것 같아 홀로 가입했었다. 하지만 혼자 참여 해보니 무언가 아쉬움이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부부가 같이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를 설득해 함께 참여 하고 있다.”



-함께 걸어서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지금 내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부부는 둘이 만나서 둘만 남는다는데 정말 실감이 가더라. 자식들이 다 성장해서 가정을 꾸리고 부모 곁을 떠났는데 자식들이 메웠던 공간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트레킹을 같이 함으로서 부부에 정도 이어가고 대화와 함께 건강을 같이 챙기니까 너무 좋았다. 같이 살면서 서로 못했던 얘기와 가슴에 묻어두었던 얘기들을 걸으면서 하나씩 꺼내서 풀고 건강도 챙기니 행복감을 느낀다.”



-트레킹을 했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길(장소)이 있다면.



 “최근에는 걷는 길이 많이 개발되다 보니 다 훌륭하고 좋긴 하다. 그래도 ‘강추’하자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그 자연을 잘 살려서 만들어 놓은 ‘남해 바래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지역에도 이런 길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얻게 됐다.”









지난 10일 트레킹모임에 참가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조영회 기자]






-언제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지.



“시작한지는 1년이 좀 넘었지만 우리회원들은 천안아산에 흥타령길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소망이 있다. 흥타령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날까지 계속 걷고 싶다. 물론 그 이후에도 건강과 행복을 위해 걸을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활동하겠다.”



-천안·아산 지역에 있는 중년부부에게 유유자적 천안 만의 장점을 얘기한다면.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맑은 공기와 함께 천천히 자유롭게 걸으면서 건강을 챙기고 부부간 대화의 공간이 많이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회원들과 돈독해 지는 것도 좋다.”





안신용 카페지기 인터뷰









‘유유자적 천안’ 안신용 카페지기.



“우리 지역의 길은 우리가 찾는다”



-‘유유자적’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와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현실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할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더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름을 지었다. 특히, 2009년 12월에 창립돼 현재 1년 4개월 여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천안·아산지역을 중심으로 20대부터 70대 장년까지 가족, 친지, 친구, 직장동료, 동일지역 거주자 등 45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활발한 트레킹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존 산악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등산은 기본적으로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등산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성이 따르게 되며 이를 줄이려 많은 지식과 장비를 필요로 한다. 반면에 트레킹은 결과나 목적 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 즉 안전하고 여유 있게 자연풍광을 즐기는 데 의미를 두며 이를 위해 가벼운 복장과 편안한 마음만 가지고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과 하나됨을 추구할 수 있다.”



-추후 유유자적 천안의 운영 방안에 대해 얘기해 달라.



 “분명 전국각지에는 천안·아산보다 휠씬 아름다운 천혜의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천안·아산지역에는 여타 지역들이 가지지 못한 우리지역 고유의 역사성, 문화성, 지역성을 갖춘 명소들이 있다. ‘우리지역의 길은 우리가 찾는다’ 라는 사명감을 갖고 한 생활권인 천안·아산을 잇는 둘레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와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명품길을 유유자적 천안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이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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