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글로벌 P세대의 유쾌한 도전 ① 호주서 북한 인권 전시회 연 27세 디자이너 김해원씨

20~30대 P세대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도전을 즐기고(Pleasant) 자신만의 개성(Personality)으로 평화(Power n Peace)를 지향하는 ‘천안함 P세대’의 유전자(DNA)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는 개척자(Pioneer)들이다. 인권·구호활동과 문화·예술사업, 국제기구 등 분야를 넘나들며 한국을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밀어 올리고 있는 이들의 땀과 성과를 소개한다.



“탈북자 공개처형 접하고 북 인권에 눈떠 … 연말엔 아프리카 소년병 비극 알릴 것”







지난 5일 멜버른의 디자인스튜디오에서 김해원(27)씨가 태블릿 펜으로 작업하며 “그림을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멜버른=이한길 기자]





“디자인으로 세상 바꾸겠다” … 27세 P세대 당찬 도전



지난해 4월 호주 멜버른에선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주제는 ‘비밀의 왕국 이야기’. 북한 인권 실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전시회 기획자는 27세 한국인 디자이너 김해원(사진)씨. “ 정치적이라고요? 인권은 저스티스(justice·정의)의 문제인 걸요.” 당차게 말하는 김씨의 꿈은 “디자인으로 지구 정복”이다. 지난 5일 그를 만나 ‘글로벌 P세대’의 도전 스토리 를 들어봤다.









P세대 눈에 비친 탈북자 김해원씨가 호주에서 연 북한 인권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 ‘마지막 굴레(Final Imposition)’.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뒤에도 ‘탈북자’라는 또 다른 유리관에 갇혀야 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표현했다. 글로벌 P세대는 도전을 즐기고(Pleasant) 자신만의 개성(Personality)을 지닌 ‘천안함 P세대’의 DNA로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는 개척자(Pioneer)들이다.





“제가 정치적이냐고요? 아니요. 북한 인권은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 저스티스(정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난 5일 호주 멜버른의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김해원(27·여)씨는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시회 주제는 ‘비밀의 왕국 이야기(The story of a secret state).’ 베일에 싸여 있는 북한의 실상을 일러스트레이션(삽화)으로 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지난해 호주 국제인권영화제(HRAFF)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김씨는 5월 뉴질랜드에 이어 올해 하반기 중국 등에서 순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가 호주에 온 건 고2 때인 2001년. 사실 한국에선 ‘문제아’였다. 선화예중 시절, 입시 교육을 견디지 못해 겉돌았고 술·담배에도 손을 댔다. 그러나 김씨는 호주의 자율 교육을 접한 뒤 마음을 잡고 공부해 2003년 호주의 미술 명문인 모나시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2년간 디자인 회사에 다니다 2009년 1인 디자인 기업 ‘심포니픽셀’을 창업했다. 전공은 웹 디자인이지만 패션·영상·인테리어 디자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림은 지난해 김씨가 연 북한 인권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 왼쪽부터 두만강을 건너다 목숨을 잃는 북한 주민,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어린이, 탈출에 성공하고도 중국으로의 입국을 거부당하는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멜버른=이한길 기자]



 김씨가 북한 인권에 눈을 뜬 것은 2009년 5월 멜버른에서 열린 북한인권·난민국제회의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접하면서였다. 어린 아이들이 목숨 걸고 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하고, 발각되면 가족이 공개처형을 당한다는 얘기였다. 시신이 시장에 고기로 팔려나간다는 증언도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게 주민들을 돕는 길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호주 사람들이 ‘코리아’ 하면 한국의 2002년 월드컵 개최나 4강 진출 대신 북한의 김정일이나 핵폭탄 같은 뉴스만 떠올리는 것도 너무 속상했어요.”



 방법을 고민하던 김씨는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전시회를 택했다. 남한과 북한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호주인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선 추상화보다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준비는 쉽지 않았다. ‘햇병아리’ 디자이너를 선뜻 후원해 줄 단체는 없었다. 먼저 30여 명의 작가에게 무작정 e-메일을 보내 취지를 설명하고 참가를 요청했다. 오랜 설득 끝에 한국·호주·중국·미국 등에서 작가 9명이 동참했다.



 후원을 받기 위해 멜버른의 국제인권영화제 사무국을 찾아갔다. 영화제의 일환으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한국인으로선 최초였다. 호주 한인회의 후원도 끌어냈고 기부금 모집 파티도 열었다. 전시회 비용 1만 달러(약 1100만원) 중 4000달러는 자신이 부담했다. 김씨는 “돈은 또 벌면 되니까요”라고 ‘쿨’하게 말했다.



 전시회가 열린 지난해 4월 26일, 전시회 개막식에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씨는 가슴이 벅차 눈물을 터뜨렸다. 꿈을 현실로 바꾼 소중한 경험이었다. 총 27점의 그림은 북한 사람들의 굶주린 삶, 목숨을 건 탈북 과정, 탈출 후 겪는 차별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전시했다. 전시회는 2주 동안 2000여 명이 찾으며 성황을 이뤘다. 호주 주요 일간지 ‘에이지(Age)’와 인터넷 언론 등에도 소개됐다.



 김씨는 뉴질랜드·중국 순회전 준비를 위해 지난 2월 한국과 중국을 방문했다. 김씨는 한동대 학생들의 모임인 북한인권학회 주최로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북한 수용소 전시회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를 2만5000여 명이 관람했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순회전을 열려고 해요. 탈북자의 증언을 들으며 새롭게 깨달은 애국심을 모국의 젊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요.”



 올 연말에는 아프리카 ‘어린이 군인(child soldier)’의 실상을 알리는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김씨는 “디자이너로 사는 한 매년 세계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겠다”고 했다. 젊은 디자이너가 인권 문제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디자이너는 그저 예쁜 물건을 만드는 직업이 아닙니다.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바꿔가는 사람입니다”고 답했다. 김씨의 꿈은 그래서 ‘디자인으로 지구 정복’이다.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 



멜버른(호주)=이한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