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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조선의 보물’ 우리 뜻대로 활용할 수 있나





외규장각 도서 귀환 학자 의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됐던 외규장각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英祖貞純后嘉禮都監儀軌)』 하권. 영조 35년(1759) 6월에 있었던 영조와 정순왕후 김씨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다. 주작기와 황룡기 행렬이 보인다. [김도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왕조의 보물’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마침내 돌아왔다.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이다. 14일 외규장각 도서 중 1차로 75권이 돌아온 데 대해 국내 문화재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쁜 일이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빼앗겼던 우리 최고의 기록문화재를 되찾아 온 것 자체가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영구 반환이 아닌 갱신 대여 형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대중을 위한 전시는 물론 연구를 위한 열람, 영인본 출간 등 학술적 목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랑스 측과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반환 도서를) 전자책과 인터넷 서비스 형태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종 시호도감의궤(定宗 諡號都監儀軌)』(1681년)와 『헌종대왕빈전혼전도감의궤(憲宗大王殯殿魂殿都監儀軌)』(1849년) 중권 표지. 비단 장정에 고급스러운 놋쇠물림이 눈에 띈다.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OZ502편에서 하역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왼쪽부터). [김도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대여 갱신의 한계는=이건무 용인대 문화재대학원장(전 문화재청장)은 “서류상으로는 5년마다 대여 기간을 갱신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한국과 프랑스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구반환은 아니더라도 (그에 맞먹는) 장기대여로 본다”고 말했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도 “프랑스 정부가 대여 기간을 갱신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 것은 자국 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취한 일종의 액션”이라며 “이번 도서 반환을 사실상 영구 환수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 문화재라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가 향후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해소한 것이지 어떤 노림수를 남겨 둔 게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반면 김문식 단국대 교수는 “5월 말까지 나머지 외규장각 도서를 모두 돌려받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과거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도 처음에는 도서 전체를 돌려주겠다고 했다가 이를 기뻐하는 한국 내 분위기가 보도되자 프랑스 내 여론이 급격히 돌아서 단 한 권 만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때문에 임대 형식이라도 일단 도서 전체를 돌려받아 실리를 챙긴 상태에서 추가 협상을 통해 영구반환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는=정부가 공식적으로 협정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문식 교수는 “정부가 협정문을 공개해 불투명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에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온 것은 박물관간의 교류 전시 성격”이라고 말했다. 외규장각 의궤 소유권을 프랑스가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도서를 우리 문화재로 등록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연구 목적의 열람, 지방 순회 전시 등도 일일이 프랑스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이런 문제를 현재의 협정문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틀 자체를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새롭게 짜야 하는지도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영우 교수는 체계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돌아오는 도서 중 유일본(30권)이 정확히 몇 권인지도 아직 정확하지 않다. 후속 연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규장각 도서 중 국내 소장본과 제목은 같아도 쪽 수가 크게 차이나 사실상 다른 책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대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국내 의궤본은 서울대 규장각 등에 소장돼 있어 교육부가 관할하는 반면 이번에 돌아온 도서는 문화부 소관인 만큼 앞으로 학술연구를 할 때 부처간 협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한국문화재 14만 점=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계기로 해외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한국문화재는 14만 점에 이른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또 합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도 적지 않다. 문제는 불법 유출된 문화재다. 현재 어떤 문화재가불법 반출된 것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불법 유출이 확인된 문화재는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도 의궤 말고 조선시대 왕실 족보인 ‘선원계보기략’ 등 우리 문화재가 더 있지만 이번 반환 협상에서 빠졌다.



 문화재청은 불법 반출된 해외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조직을 다음 달 만들기로 했다. 팀장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된다. 해외 문화재 현황 조사는 물론 유출 경위를 확인해 불법 유출이 확인된 것들에 대한 환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글=준봉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외규장각(外奎章閣) 도서=조선 왕실의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던 1007종 5067책의 서적과 문서.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340권을 약탈했고, 나머지는 방화로 소실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외규장각 도서는 대부분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다. 종이부터 글씨까지 최고급을 쓴 어람용(御覽用·왕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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