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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인구감소 망국론







오영환
외교안보 데스크




전후(戰後)가 끝나고 재후(災後)가 시작되다. 도쿄대 미쿠리야 다카시 교수의 말이 일본에서 회자되는 모양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의 위기 의식과 결기가 교차한다. 3·11이 전후 고도성장형 정치·경제·문화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이 미쿠리야의 얘기다. 그러면서 근대화의 출발점인 메이지(明治)유신형 국토 창조를 제언했다. 전후의 상식이 아닌 이단(異端)의 ‘재후(災後) 정치’에 대한 주문이다(요미우리 신문 기고). 일본은 새로운 부흥의 모델을 만들어낼 것인가.



 정치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느림보 대응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간 내각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10일 지방선거에서의 집권 민주당 참패를 보라. 분권(分權)과 화(和)의 정치가 일본 내각제의 요체다. 총리가 각료 파면권을 행사한 사례가 거의 없다. 소방대를 보내려 해도 광역 자치단체장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시스템이다. 대연립의 정치공학이 아닌 직선 총리제가 처방전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일본 국민의 정치 불신과 자숙(自肅) 무드는 무엇을 뜻하는가. 국민의 심리 상태 변화는 새 체제를 잉태하는 모태다.



 경제는 1·2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이 문제가 아니다. 재정(적자국채 발행)·에너지수급(원전 증설 중지와 화석연료 대체)·환경 문제(원전 지역 공동화와 탄소배출 증가)가 뒷다리를 잡을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다. 장기 침체 우려가 나온다. 더 멀리 내다보면 소리 없는 위기가 있다. 인구 문제다. 어린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다. 3·11 대지진은 일본 사회의 고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나이가 확인된 사망자 7935명(7일 기준)의 55%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일본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령화 사회로 돌입한 나라다. 지난해 기준 국민의 평균 나이가 45세다. 인구도 줄기 시작했다. 인구 구성비는 더 큰 문제다.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있다. 50년 전엔 10명 이상의 생산연령인구가 1명의 고령자를 부양했다. 지금은 3명당 1명 꼴이다. 2055년엔 1대 1이다. 현역의 감소는 소비자·생산자·납세자의 감소와 같다. 고령자는 의료·복지비를 불린다. 국내총생산(GDP)을 줄이고, 재정을 압박하는 국력 쇠퇴의 인구 구조다. 젊은이가 줄면 사회도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1947~49년)의 베이버부머(단카이 세대·800만 명)가 전후 부흥의 견인차였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본의 위기의식 근저에는 이런 것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인구감소·고령화 속에서 재건할 것인가. 세계는 인구와의 전쟁도 함께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인구문제도 일본 못잖다. 지난해 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아이수(합계출산율)는 1.15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일본(1.37)보다 낮다. 2005년(1.08) 바닥을 쳤지만 계속 저공비행이다. 2018년(4934만 명)을 정점으로 총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선다. 2050년엔 고령자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38%)이다. 이민 수용론이나 인구감소 망국론이 나와도 시원찮을 통계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각심은 약하다. 199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국민적 캠페인이 없었다. 인구문제를 미래의 문제로 미뤄놨다. 그러곤 복지 논쟁에 휩싸였다. 인구감소 대책 없는 복지정책은 공허하다. 정치적 타산일 수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사고 회로가 한몫했을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학계·정부가 난리를 쳐 10년 만에 합계출산율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는 쓰는 용어도 ‘저출산’이다. 위기감이 없다. 대책도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1급)이 관련부처 대책을 총괄한다. 인구 감소는 재정·산업·교육·보육·고용·국방·지방의 종합대책을 필요로 한다. 지금이라도 인구담당 장관을 신설해 민·관·업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건강한 인구구성비에 달린 시대다. 인구는 국력이다.



오영환 외교안보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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