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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재 발굴하고 모든 것 걸어야 과학 발전”





“과학 발전은 훌륭한 인재에 달려 있어요. 그래서 인재를 발굴하고 그 인재에 모든 것을 걸어야 연구소나 국가가 성장합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리처드 러너(72·사진) 회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미래 포럼’ 참석차 내한했다. 러너 박사는 바이오 신약의 대표 주자인 항체 신약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연구소 경영자다. 스크립스연구소의 회장을 25년 동안 맡아 오면서 비영리 연구소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항체 신약 초창기인 1990년대에 관절염 치료용 항체 신약을 개발해 애벗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애벗은 이 신약 ‘휴미라’ 하나로만 연간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러너 박사 또한 로열티를 받아 ‘갑부 과학자’가 됐다. 그는 현재 70개 가까운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4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봉은 12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고교 시절에는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소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스크립스연구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비결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본다.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오면 연구비는 자동으로 따라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정 규모가 되기 전까지는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해 투자해야 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스크립스는 바이오 신약에 집중했다.”

 -회장 재직 동안 가장 어려웠던 때는.

 “93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로부터 약 3000억원을 연구비로 받는 대신 연구 성과를 우선적으로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것을 걸고 넘어져 곤욕을 치렀다. 공공 자금으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넘겨주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약값 인하가 정치권의 쟁점이었는데 스크립스가 제약사를 도와주려 한다고 정치권에서 트집을 잡은 것이다.”

 -연구비를 받고 연구 성과를 넘겨주는 것이 당시에는 드물었나.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버드대나 MIT도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대신 연구 성과를 넘겼다. 지금은 그런 거래가 대학이나 공공연구소 모두 보편화됐다.”

 -기술의 상업화는 어떤 효과가 있나.

 “개발된 기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더 큰 생명력을 얻는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가 활력을 갖게 되며, 신약의 경우 많은 생명을 살린다.”

 -스크립스연구소가 샌디에이고를 바꿨다는데.

 “샌디에이고는 전통적으로 해군 기지가 있는 군사 도시였다. 이 때문에 관광과 셔츠 제조 업체 한두 개가 있었을 뿐 경제 도시다운 면모는 없었다. 지금은 바이오기업 400여 개가 자리 잡은, 28조원 규모의 경제 도시로 탈바꿈했다. 물론 스크립스연구소 단독으로 그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큰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다.”

 -내년에 회장직은 내놓기로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연구를 하고 싶어 5년 전에도 그만두려 했으나 당시 플로리다에 분소를 설립하는 일 때문에 계속 맡게 됐다. 내년에 그만두고 연구실로 돌아가려 한다. 과학자는 연구할 때 가장 행복하다.”

 -항체 신약에 대한 전망은.

 “항체 신약산업은 세계적으로 아주 초기 단계다. 현재 팔리고 있는 항체 신약은 25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년 15%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 가능성은 매출 기준으로 세계 10대 신약에 3개가 항체 신약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품 숫자가 4500개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놀랄 만한 일이다.”

 -한국 분소인 스크립스코리아와 한국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먼저 스크립스코리아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항체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제약사와 손잡고 항체 신약을 개발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10년 뒤 ‘휴미라’ 같은 훌륭한 약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또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을 들고 벤처를 창업하면 지역 경제도 살아나지 않을까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리처드 러너 회장=▶미국 노스웨스턴대 졸업 ▶스탠퍼드대 의대 졸업(의학박사) ▶스크립스의료원 연구원 ▶스크립스연구소 회장(198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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