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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못 살겠다” 비명 지르는 무폴 주유소







한은화
경제부문 기자




“당장 죽게 생겼습니다.”



 2001년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무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원준(37)씨의 말이다. 사연은 이랬다. 무폴 주유소란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달지 않고 그때그때 제일 싸게 값을 부르는 정유사의 기름을 받아 파는 곳. 무엇보다 ‘싼값’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값을 L당 100원씩 내린 지난 7일 이후부터다. 싼 기름은 자체 상표를 단 주유소에 우선 공급됐다. 그 바람에 ‘무폴 주유소가 싸다’는 공식이 무너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무폴 주유소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13일 기준으로 L당 1924.94원. 카드로 결제하면 나중에 L당 100원을 깎아주는 SK주유소보다 40원가량 비싸다. 이러니 고물가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으로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소비자들은 무폴 주유소를 외면하게 됐다.



 조씨는 게다가 정유사 산하 대리점들로부터 기름도 받지 못하고 있다. 100원씩 깎아주면 손해가 나는데, 그걸 감수하면서 상표 광고도 되지 않는 무폴 주유소에까지 기름을 주기는 곤란하다는 게 정유사들의 입장이다. 주유객은 줄고, 싼 기름은 못 받고. 조씨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름값 조사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TF는 정유사가 폭리를 취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정유사를 압박한 덕에 정유사들이 7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기름값을 내리는 효과는 봤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무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부작용이다. 정부도 아차 하는 눈치다. 정부는 지난 6일 TF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원가절감형 무폴 주유소를 확대해 석유시장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무폴 주유소들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앞으로 3개월 뒤엔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되돌린다. 그동안 무폴 주유소가 버티지 못하면, 그 뒤로 소비자들은 영영 싼 주유소를 잃게 된다. 3개월간 싼 기름값을 누린 대가가 이렇게까지 되지 않도록 바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 그게 진짜 정부가 할 일일 것이다.



한은화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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