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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100년간 안바뀐 제약영업 한국 IT 활용해 혁신할 것”




[블룸버그통신]

“한국 신약개발엔 강점이 있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연계돼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발전된 정보기술(IT) 환경이 단연 눈에 띄었다.”

지난해 37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브레넌(57ㆍ사진)의 평가다. 브레넌 회장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내 신약개발역량 향상 및 글로벌 연구인력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교환차 방한했다. 지난 5년간 400억원을 국내 임상 연구개발에 투자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앞으로 5년간 추가로 800억원을 더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브레넌 회장은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R&D 투자를 늘리기로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를 잡아끈 것은 IT 환경이었다. 그는 "특허만료, 엄격해지는 규제와 신약의 허가승인, 제네릭(복제약)과의 경쟁 등 급변하는 제약산업환경에서 엄청난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는 한국의 IT 인프라가 빛을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00여년간 바뀌지 않은 제약영업을 혁신하기 위해 한국에서 IT를 활용한 영업방식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그는 “혁신의 목표이자 결과물인 신약에 대해서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한다면 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혁신의 가치를 조만간 인정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을 제외하면 세계 4위의 제약사다. 브래넌 회장은 미국 게티스버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미국 머크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뒤 92년 아스트라로 옮겨 2006년 CEO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유럽계 글로벌 제약사의 CEO 대부분이 귀족출신이거나 의사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영업사원 신화’를 일궈낸 브레넌 회장은 CEO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하고싶은 조언으로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대학교 4학년 때다. 졸업을 앞두고 사회초년병을 위한 재테크 강좌를 수강했는데, 이때 내가 평생 지켜온 가르침을 하나 얻었다. ‘얼마를 벌든, 수입의 15%는 무조건 저축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계발에도 해당된다. 일이 아무리 많아도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시간을 만들어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알아서 빼주는 회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CEO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저 영업사원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었단다. 한 조직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36년 전 뉴저지지역의 중소병원 담당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영업매니저ㆍ국내외 마케팅, 때로는 전략팀으로 조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경험했고. 당시엔 네 일 내 일도 없었다. 특히 작은 작은 지점에서는 영업매니저라도 급하면 정보기술(IT) 담당처럼 일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 미국ㆍ캐나다 법인 사장이 되어서야 CEO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한마디로 CEO로서의 자질이나 목표는 처음부터 내 안에 있던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의 경험과 함께 천천히 내 안에서 자라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전임 CEO인 톰 맥킬롭이 내게 물었다. ‘CEO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그러더니 경고했다.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라. 당신이 진짜 될 수도 있으니까’라고. 그렇게 CEO가 됐고 여기까지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물론 누구나 한번쯤은 힘들고 지칠때가 있다. 나 또한 일이 힘든 적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제약업계를 떠나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업계 내에서 다른 자리에 대해 기회가 온 적은 물론 있지만, 이 곳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위기는 있었다. 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북미법인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를 막 출시했다. 제품에 대한 근거 없는 우려가 문제시되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기존에 준비하고 계획했던 방향으로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이슈 제기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더 하고 출시를 미룰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크레스토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최대 블록버스터 제품이 되었다. 지난해 6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과 두 자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2003년 크레스토 출시 직전 다른 기업의 제품이 근육손상 부작용 문제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계열의 약물로서 바로 다음 출시가 예정됐던 크레스토의 허가승인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 등이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크레스토는 약효가 매우 강력한 지질강하제로 유명세를 타면서, 부작용도 강할 것이라는 추측이 범람했다. 2005년까지 이에 대한 이슈제기가 장기간 이어졌고 결국은 미국 식품의약국이 크레스토의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면서 일단락됐다. 크레스토 문제를 성공적으로 정착한 브레넌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CEO 후보에 올랐고, 2006년 1월 글로벌 CEO로 취임했다.)

-비전공자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기는 무척 힘들다. 제품명은 얼추 외운다 해도 물질명은 색다른 암기법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영학 전공자로서 입사 초기 힘들지 않았나.

“대학을 졸업할 당시, 친형이 약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존슨앤존슨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다. 내가 영업 현장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니, 제약업계가 해볼만한 분야라고 권했다. 형은 지금까지도 제약사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입사 이후 물론 비전공자로서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전문용어를 외워야 하는 부분이 그랬다. 그러나 사내에 철저하고 기준이 엄격했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것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능력, 이런 부문에서 노련하거나 능숙하지 않으면 수료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은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건 분명하나, 굳이 전공자가 아니라도 철저한 교육을 통해 습득되고 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도 비슷하다. 학습 능력이 있는 사람은 경영인으로서의 학습이 가능하다. 가끔씩 넘어지고 어려운 때도 있겠지만, 성실하게만 임한다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으로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준비하고 채울 수 있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CEO가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어떤가.

“아무래도 제약업계는 보수적이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업계와는 다르다. 제약업계 CEO에게 기대하는 자질은 열린 사고방식(Openness), 정직함(Honesty), 투명성(Transparency), 명확함(Clarity)이라고 할 수 있다. CEO로서 정말 필요한 역량은 회사에 필요한 일을 명령이나 지시를 받지 않더라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조직의 모든 혁신이 CEO로부터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각자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진정 성공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기업마다 고유한 가치, 모든 직원들이 기업의 철학이라고 믿고 있는 가치관을 토대로 그 기업의 CEO 역할상이 나오는 것이다.”

-재임하는 동안 굵직굵직한 기업인수합병(M&A)를 성사했다. 2007년 1월 156억달러를 들여 사들인 백신회사 메디뮨과 2006년 6월 1억4000만 달러에 인수한 CAT(캠브리지 항체 테크놀로지)이 대표적이다. 배경은.

“CEO로 막 부임했을 때 강점이 무엇이고,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바이오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앞으로 보건의료계의 수요를 생각할 때 아스트라제네카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신약개발 관련 연구협력을 벌이고 있는데, M&A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슬하에 4명의 자녀와 6명의 손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고 들었다.

“가족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때가 되면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현재 나는 CEO의 직책을 갖고 있어, 가정과 일의 균형을 50대50으로 맞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미국에 있고, 나는 아내와 런던에 살고 있다. 아내는 자식들과 손자들을 만나려고 런던과 미국을 오간다. 사실 나는 50% 이상을 출장을 다니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혹자는 일이 80%, 가정이 20%라고 고정된 비율이 있다고 하고, 승진을 할수록 일의 비중이 더 커진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 이는 명백히 개인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CEO가 자신의 어떤 직업 가치관들을 직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은 개인의 가치관에 달린 것이며,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1999년 3월 스웨덴 아스트라와 영국 제네카가 50대50으로 합병을 하면서 세워졌다. 본사는 영국 런던에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폐암치료제 ‘이레사’, 소화기계 치료제 ‘넥시움’,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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