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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특기는, 무명 아티스트 명품 만들기





유니버설 뮤직그룹 부사장 코스타 필라바키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지휘자 아바도·정명훈, 첼리스트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무터 등이 소속된 음반사다. 코스타 필라바키 부사장은 이 회사의 음반 제작을 총괄한다. “내게 조명이 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이들이 빛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강태욱]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좋아한다면 이 사람에게 얼마쯤 감사하는 것도 좋겠다.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그룹의 부사장 코스타 필라바키(60)다.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필립스·데카가 속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그룹을 이끌고 있다. 어떤 연주자와 어떤 음반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A&R(Artists and Repertoire) 분야에서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보첼리는 필라바키가 키운 대표적 아티스트다. 1990년대 초반 보첼리가 혼자 녹음하다시피 한 데모 테이프를 우연히 들었다. 보첼리는 이탈리아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었지만 세계적으론 무명이었다.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계약을 위해 내한한 필라바키는 “이탈리아 친구 추천으로 보첼리를 처음 들었는데 최고급 세단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아하게 기어가 바뀌는 자동차를 탄 듯했다”고 기억했다.



 보첼리는 초스피드로 음반사와 계약했다. “거의 모든 절차를 생략하며 ‘예스·예스 계약’을 했다”고 한다. 95년 첫 음반을 낸 보첼리는 대형가수로 자랐다. “지휘자 정명훈,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한 앨범 ‘종교적 아리아’는 99~2000년 시즌 500만 장이나 팔렸다.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보첼리뿐 아니다. 필라바키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테너 디안 후에고 플로레즈, 바이올리니스트 야니네 얀센 등을 무명에서 스타로 키웠다. “내 직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우선 운이 좋아야 한다. 기대하지 못한 순간에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



 그는 음악계의 ‘대부(大父)’로 불리는 게르기예프를 예로 들었다. 88년 미국 보스턴 음반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CD 한 장이 계기였다. 러시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예브게니 키신과 함께한 연주에서 필라바키는 피아노보다 오케스트라 소리를 더 인상 깊게 들었다. “내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가 노래하는 솜씨에 놀랐다. 나는 당시 보스턴 심포니 기획감독이었는데, 그 해에 게르기예프를 보스턴 여름축제인 탱글우드에 초청했다.” 이 무대로 세상에 알려진 게르기예프는 현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거물급 지휘자다.



 필라바키는 클래식 스타들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봤을까. “스타가 될 조건?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들다. 테너 파바로티를 예로 들어보자.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목소리와 그 화사한 웃음, 그리고 뚱뚱한 배와 흰 손수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했을까. 연주 기교가 좋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연주자는 많다. 하지만 음악성·성격에 타이밍까지 잘 맞추는 사람을 찾는 게 내 일이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만나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는 “다만 이미 성공한 연주자들에겐 분명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대로 한다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브렌델·폴리니·우치다 등은 내가 크게 개입할 필요가 없는 연주자다”라고 설명했다.



 필라바키는 캐나다 오타와 대학을 다니던 중 아르바이트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음반가게 클래식 파트 책임자로 일하며 그 동네에서 가장 붐비는 가게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끌 만한 음악을 골라 틀고, 몇몇 앨범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마케팅’ 덕분이었다. 이후 오타와 아트센터에서 공연장 경험을 쌓고, 보스턴 심포니·필립스·데카 사장을 거쳐 경쟁사인 EMI에서 사장을 지냈다. 2010년 유니버설 그룹을 맡으면서 ‘큰손의 귀환’으로 주목을 받았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서울시향·정명훈과 5년간 열 장의 앨범을 내기로 7일 계약한 데도 그의 영향이 컸다. <중앙일보 8일자 31면>



 그는 “서울시향은 112년 전통의 도이치 그라모폰이 선택한 첫 한국 오케스트라다. 이들에 대한 한국인의 열띤 반응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한국 악단은 물론 청중 또한 폭발력 있는 집단”이라며 즐거워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사진작가 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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