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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늘밭 110억 돈다발’ 나오는 세상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110억원대의 돈다발이 발견된 사건은 불편한 사실을 말해준다. 불법 도박사이트로 쉽게 거액을 움켜쥘 수 있고, 감방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고, 범죄수익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은 허술하고, 인터넷 도박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시골 밭에 묻어둔 플라스틱통·김치통에서 5만원권 다발이 쏟아져 나온 희극적 장면을 보면서도 ‘화수분’이니 ‘노다지’니 하며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40대 처남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챙긴 110억7800만원을 50대 매형이 맡아 마늘밭에 숨겨오다 들통난 것으로 요약된다. 처남들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도박게임을 제공하면서 참가자들이 입금한 1500억여원 중 17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고, 이 중 110억원대를 매형에게 넘겼다. 일부 돈을 빼돌린 매형은 포클레인 기사에게 뒤집어씌우려다 경찰이 개입하면서 전모(全貌)가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이런 ‘해프닝’만 없었다면 작은 처남은 다음 달 1년6개월의 옥살이를 마치고 돈을 되찾아 유유히 사라졌을 것이다.



 사건 전개 과정은 궁금증을 남긴다. 돈이 공중에 증발한 것도 아니라면 인척인 매형을 탐문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범죄수익 추적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5만원권 22만여 장이 돈세탁되는 동안 금융기관에서 걸러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대포통장이나 차명계좌로 거래됐다고 하지만 거액이 오갈 땐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불법 도박수익의 은닉(隱匿)사건은 처음도 아니다. 올 초 서울 여의도 백화점 물품보관업체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로 밝혀졌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신고된 불법 스포츠복권 사이트는 7951건이었다. 이들의 한 해 매출 규모는 3조원대로 추정된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상당액의 불법 자금이 범법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번 사건이 자칫 ‘도박사이트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을 심어줄까 걱정이다. 호기심과 유혹에 이끌린 모방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유사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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