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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자살









고래의 떼죽음이 가끔 회자(膾炙)되긴 하지만 역시 자살은 인간만의 행동인 것 같다. 생물학자들은 잘 발달한 대뇌 탓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뇌피질이 모든 신경을 통제하는 중추기능을 하지만 여기에 작은 이상이라도 생기면 우울증이나 격한 감정에 휩싸여 비극적 종말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교회법이나 형법으로 자살을 금하기도 했다. 자살을 꾀했으나 죽지 못한 경우 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살 시도에 대한 단죄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다. 영국은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1961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자살 하면 꼭 거론되는 소설이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어느 봄날 베르테르는 법관의 딸 로테를 알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다. 낙담한 베르테르는 고향을 떠난다. 다시 돌아왔을 때 로테는 이미 결혼한 뒤였다. 절망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소설은 1774년 나오자마자 열풍을 일으켰다. 모방자살이 이어졌고, 괴테 자신이 나서 ‘자살은 안 된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1974년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가 모방자살 또는 동조자살을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명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자살자는 10만 명당 31명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28.4명으로 조금 낮아지지만 여전히 최고의 자살률이다. 회원국 평균(11.2명)의 2.5배에 달하고 2위인 헝가리보다 7.4명이나 많다. 전직 대통령, 유명 탤런트, 행복전도사 등 명사들의 자살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진다. 질병·생활고와 살인적 교육환경까지 겹쳐 하루 평균 자살자가 35명, 한 해 1만2000명을 넘는 지경이 됐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두 배다.



 KAIST 대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서울대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우리나라 20대 사망원인의 40%가 자살일 정도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명문대생들은 왜 자살할까. 주위의 높은 기대가 부담이 된 측면도 있다. 전엔 난다 긴다는 소릴 들었지만 수재들 틈바구니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좌절하는 경우다. 해외 명문대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어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1897년 발표한 ‘자살론’에서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했다. 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자살도 사회적 영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결국 자살은 숙명적 굴레란 말인가.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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