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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의 혼사 재 뿌리는 노동운동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말 그대로 사람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변치 않는 사랑으로 백년해로를 서약하고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결혼식은 그래서 엄숙하고 성스러운 자리다. 당사자뿐 아니라 양가 부모에게도 결혼식은 의미 있는 행사다. 부모는 품 안의 자식이 행복의 안식처를 향해 무사히 첫발을 내디디길 기원한다. 그런데 자녀 결혼식이 자신과 관련된 제 3자에 의해 난장판이 됐다면 그 부모는 얼마나 난감하고 미안하겠는가.



 지난 주말 서울의 한 교회에서 열린 김완주 전북지사의 딸 결혼식이 그랬다. 파업 중인 민주노총 전북본부 산하 시내버스 노조원 100여 명이 결혼식장 앞에 모여 ‘전북도지사 각성하라’ 등 비난성 구호가 적힌 각종 피켓을 들고 상경 시위를 벌였다. 일부 노조원들은 예식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하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호서 전북도의회 의장은 욕설과 폭력의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노조는 결혼식장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김 도지사에게 망신을 줬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까지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노조의 일탈(逸脫)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석 달 넘도록 파업 중인 노조원들의 답답한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전북도의 소극적인 태도가 버스파업 장기화의 원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펼칠 때는 사회통념상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아무리 절박하고 불만이 있더라도 남의 혼삿날에 재 뿌릴 권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남의 딸 결혼식장에 떼로 몰려가 막가파식 행패를 부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는 이번에 금도(襟度)를 한참 벗어나고 말았다. 거창한 도덕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윤리적 무례와 망동(妄動)은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시했다. 우리 노조운동이 상식 이하의 ‘떼법’에 매달리는 수준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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