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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도 죄인 취급 1 등이 괴로운 대한민국





여자프로농구 5연패 이끈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지난 1일 2010∼201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이 농구 골망을 잘라내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신한은행이 2010~201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KDB생명을 꺾고 우승하던 그날 임달식(47) 신한은행 감독은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신한은행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다섯 시즌 연속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휩쓰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해태가 19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다섯 시즌 연속 우승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임 감독은 우승 직후부터 눈이 빨개졌다. 기쁨에 겨운 눈물이 아니라 설움에 북받친 눈물이었다. 지난 7일 만난 임 감독은 “당시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5연속 우승을 했는데 잘하는 건가. 내가 정말 여자농구를 말아먹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5연패를 달성하고도 박수를 받기보다 비난의 목소리를 견뎌내야 했다. ‘신한은행의 독주가 여자농구를 망친다’는 비난은 지난 다섯 시즌 내내 임 감독을 따라다녔다. 대한민국에서 1등으로 산다는 건 이처럼 고독하고 힘들다.

 

호화군단 구축에 “레알 신한” 비아냥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2010~2011 시즌까지 정상을 지켰다. 비결은 과감한 선수 영입이었다. 신한은행은 2007 겨울리그를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정선민(37)을 데려왔고, 일본에서 뛰던 2m2㎝의 여자농구 최장신 하은주(28)까지 영입했다. 국가대표 주전 가드 전주원(39)과 최윤아(26)를 보유하고 있던 신한은행은 이로써 포지션별로 최강 라인업을 완성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여자농구에서 ‘호화 군단’의 위력은 대단했다. 신한은행은 2007 겨울리그에서 우승하면서 ‘레알 신한’이란 별명을 얻었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를 빗댄 것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매 시즌 우승을 가져가면서 ‘레알 신한’이란 별명에는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겹쳐졌다. 2008~2009 시즌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고 승률(92.5%·37승3패)로 우승하자 신한은행이 여자농구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은 더 거세졌다.



임달식 감독은 2007년 8월 신한은행에 부임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89년 농구대잔치 경기 도중 허재(KCC 감독)와 주먹다짐을 했던 ‘추억의 선수’ 정도로만 알려졌다.



임 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91년에 은퇴한 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준회원(세미프로)으로 투어 생활을 했고, 강남에서 한정식집을 경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1년 대학 2부리그 조선대 농구팀을 맡아 2003년 1부로 승격시켜 화제를 모았다.



프로팀을 처음 맡은 임 감독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많았다. 우승컵이 쌓여갔지만 주변 시선은 ‘신한은행이라면 누가 감독을 해도 그냥 우승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임 감독은 “조선대 시절에는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덤볐다. 힘들었지만 차라리 마음은 편했다”면서 “신한은행에서는 매 경기 방어전을 치르는 기분이다. 꼴찌팀과 할 때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1등’을 부러워하기보다 헐뜯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자농구에는 갈등이 생겨났다. 임 감독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표팀을 맡았을 때 일부 구단은 대표선수를 내줄 수 없다며 몽니를 부렸다. 그 저변에는 ‘1등 팀에서 더 많은 선수를 차출해 전력을 덜어내야 여자농구가 공평해진다’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전형적인 ‘1등 뒷다리 잡기’였다. 대표팀은 거의 훈련을 하지 못한 채 광저우행 비행기를 탔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1등이 묻는다 “왜 우리를 넘지 못하나”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심판 판정이 도마에 올랐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챔프 2차전에서 67-63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임 감독은 상대팀인 KDB생명에 유리한 판정이 이어졌다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경기 후 “다섯 시즌 연속 우승은 엄청난 노력의 대가다. 그런데 이를 억지로 막으려고 하는 듯해 정말 실망스럽다. 여자농구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발언 때문에 여자농구연맹(WKBL)으로부터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임 감독은 ‘팀별로 고루 우승컵을 나눠 가져야 좋은 것 아니냐’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싫었다. “남들보다 더 땀 흘리고 실력을 키운 팀이 우승하는 게 프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5연패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첫 대기록을 세웠는데도 정작 연맹은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왜 우승을 하고도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수많은 고비를 맞았다. 초반엔 정선민·최윤아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전주원은 시즌 전 무릎 수술을 받았다. 정규리그 2라운드 때는 주전들이 줄부상을 당한 가운데 감독을 비롯해 하은주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으로 자리를 비웠다. ‘신한은행 사태’로 모기업 분위기마저 어수선했다.



임 감독은 “2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2승이 목표였다. 그런데 식스맨(비주전)들 위주로 뛰고도 4승1패를 했다. 우리가 빈틈을 보인 셈인데, 어느 팀도 그 틈을 파고들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김단비(21)·김연주(25)·이연화(28) 등 그동안 ‘언니들’에 가려 있던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한 게 우승 비결이었다. 유영주 SBS ESPN 해설위원은 “신한은행은 베테랑 선수들이 당장 은퇴해도 우승할 팀이다. 5연속 우승만큼이나 젊은 선수들을 빠르게 성장시킨 저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을 헐뜯던 이들도 새내기들의 눈부신 성장에는 토를 달지 못한다.



숱한 고비를 넘고 이뤄낸 우승의 열매는 달콤했다. 박진규 신한은행 사무국장은 “농구단이 5연패를 달성한 4월 1일은 신한-조흥은행이 합병한 지 5주년 되는 기념일이었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 때문에 의기소침했던 직원들이 농구단 우승으로 힘을 얻었다는 인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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