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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엄기영·최문순의 수십조짜리 개발공약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원주~강릉 복선전철, 강원 내륙 순환철도….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원주~강릉 고속전철, 동해안 제2 개성공단.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민주당 최문순 후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엄기영·최문순 후보의 주요 공약들이다. 지역개발 공약으로 표를 잡겠다는 공직 후보자의 노력을 마구잡이로 탓할 필요는 없다. 이들 공약 속엔 강원도 주민의 꿈과 기대가 담겨 있어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것을 숙고 끝에 내놓은 약속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해안 제2 개성공단(7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업마다 3조원 안팎의 돈이 필요하다. 엄 후보는 “(내)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국비 28조3000억원, 지방비 13조1000억원, 민자 4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원도의 올해 예산은 3조원을 조금 넘는다. 복지 재정을 30%까지 늘리겠다는 최 후보는 “강원도의 현재 부채가 2조6000억원으로 전국 최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이런 대형 사업들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중앙정부 지원이나 빚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려다 그게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강원도민의 개발 소외감은 ‘푸대접보다 못한 무대접’이란 말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선심성 공약으로 건설된 양양 국제공항은 개점휴업 상태다. 건설비만 3600억원이 들어갔지만 공항 이용객은 수용 능력의 1.5%인 2만 명밖에 안 된다. 연 1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낸다. 그럼에도 최 후보의 공약 중엔 “양양공항 활주로를 500m 이상 증설하겠다”는 내용까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난번 대선 때 남발된 공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있었지만 지자체와 정치권,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세종시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또 다른 지역 간 충돌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의 세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정치적 표 계산에 따라 나온 공약이 얼마나 큰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초래하는지 온 국민이 실감하는 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선 ‘아예 개발공약금지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공약은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도, 폐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납득할 만한 이유와 불가피한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 공약을 남발하다 생기는 혼란이나 분열과는 차원이 다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개발사업이 그저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MBC 사장 출신인 두 후보가 장밋빛 공약 타령의 후유증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어쩌면 약속이나 한 듯 ‘뻥튀기 공약’으로 대결하는지 모르겠다.



강원도 유권자들은 두 후보자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무슨 돈으로 대형 사업이 가능하느냐고. 일이 잘못돼 적자더미 사업이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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