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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고 시동 걸고…말만 하면 OK 반자동 주행모드로 손 안 대고 운전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중앙SUNDAY 창간 4주년 기획 10년 후 세상 <4> 스마트 카

자동차가 탄생한 지 125년이 흘렀다. 독일 카를 벤츠가 1886년 내연기관 자동차를 처음 개발한 이후 자동차는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변신을 거듭해 왔다. 한두 마리 말이 끄는 데 불과했던 파워(마력)는 수백 마리가 끄는 것만큼 막강해졌다. 요즘 고성능 자동차는 시속 300㎞ 속도를 내는 게 가능하다. 안전벨트·에어백 등 탑승자 보호장치와 각종 전자제어장치가 장착돼 안전성도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연 10년 뒤 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2021년 4월 11일 토요일. 봄 바람이 부는 맑은 날씨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미래씨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강원도 춘천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김씨의 자동차는 전기로 가는 스마트카. 가솔린차나 디젤차도 엔진과 구동시스템이 개선돼 L당 20㎞ 넘게 달릴 정도로 연비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기차의 연료비가 가솔린·디젤의 10%밖에 들어가지 않아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김씨가 값비싼 전기차를 석 달 전에 구입한 이유다. 일산화탄소나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라는 점도 감안했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집안에서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 연료게이지를 확인했다. 텔레매틱스 기술 덕분에 차 상태를 멀리서도 체크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주차장엔 충전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다. 아직 전기차를 타는 가구가 많지 않아 충전기 이용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온 김씨는 차를 향해 “문 열어”라고 말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도어록이 해제됐다. 차에 오른 김씨 가족은 인체감지형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소형모터가 달린 안전벨트는 탑승자의 체형에 따라 최적의 조임 상태를 유지해 준다. 김씨가 “시동 걸어”라고 말하자 계기판에 시동이 걸렸다는 신호등이 들어왔다. 이전에 타던 가솔린차와 달리 소음이 거의 없다. 시동이 걸리자 네 사람의 좌석에 살포시 바람이 불어온다. 탑승자에게 최적의 온·습도를 제공하는 인간친화형 공조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김씨는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면서 내비게이션 마이크를 향해 “경춘고속도로”라고 말했다. 그러자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최적의 도로가 뜨면서 “예상 소요 시간은 25분”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정체와 사고 상황 등을 감안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해 준 것이다. 뒷좌석에 탄 애들이 장난으로 “우리 집” “할머니 집”을 외쳐대지만 내비게이션은 반응하지 않는다. 김씨의 목소리에만 작동하도록 음성인식 장치를 설정해 놨기 때문이다.

이윽고 경춘고속도로 입구에 접어들어 아치형 구조물을 통과하자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삐리릭’ 소리가 들렸다. 통행권을 빼거나 하이패스 차로를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했던 옛날과 달리 신형 톨게이트는 무선인식 장치로 통과 차량을 식별한다.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김씨는 톨게이트를 지나 자율 주행차선을 선택한 뒤 ‘반자동 주행 모드’로 바꿨다. 정부가 스마트하이웨이 시범구간으로 만든 경춘고속도로에선 곳곳에 설치된 무선통신 장치와 차량 간 정보 소통으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다. 차에 설치된 차선 인식 시스템과 앞 차와의 거리 유지 시스템 등이 작동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씨가 가족들과 LED 화면으로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갑자기 경보음과 함께 화면이 바뀌면서 전방 3㎞ 지점에 장애물이 나타났다는 표시와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긴장한 김씨가 운전대를 다시 잡자 ‘수동 주행 모드’로 바뀌었다. 장애물 표시 지점에 이르자 소형 박스가 눈에 띄었다. 아마 트럭 적재함에서 떨어진 것일 게다. 김씨는 다시 자동 주행 모드로 전환한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이 그리는 10년 뒤 스마트카의 모습이다. 스마트카는 전자제어와 정보통신기술을 융·복합한 지능형 차량.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운전에 반영해 최상의 주행 여건을 제공한다. 스마트카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도로 인프라를 완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카는 ‘자동차=달리는 흉기’라는 인식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가상 시나리오에서 예를 든 기술들은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까지 충돌을 100% 방지하는 지능형 안전자동차를 목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의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재관 박사는 “스마트카의 모든 안전장치가 실현되면 최대 95%까지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교통사고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카에 적용될 주요 안전 기능과 편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예방 안전=운전자의 눈 깜빡임과 호흡 상태 등을 감지해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이 의심될 경우 경보를 울린다. 사각(死角) 감지 카메라는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로 볼 수 없는 영역을 비춰준다. 적외선 카메라는 야간에 전조등이 미치지 않는 거리에 출현한 사람과 동물 등을 미리 감지하게끔 돕는다.



사고 회피=운전자가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했을 경우 자동차 스스로 급제동을 걸거나 조향장치를 조작해 피해 가게끔 해준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운전자가 부주의로 차선을 이탈한 것으로 판단된 경우 경보를 울린다. 측·후방 장애물 경보 시스템은 운전자가 사각지대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 경보를 울린다.



충돌 및 피해 확대 방지=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충격 흡수 능력을 극대화한 차체 구조가 승객석을 보호해 준다. 동시에 모터가 달린 능동형 안전벨트가 작동하면서 곳곳에 설치된 에어백이 터져 탑승자를 감싸준다. 이와 함께 인근 경찰서·병원 등에 사고 사실이 자동 통보되고, 화재 발생 시 소화액이 자동 분사된다.



각종 편의장치=스마트 하이웨이에선 반자동 주행이 가능해지는 만큼 자동차가 ‘움직이는 사무실’이나 ‘움직이는 응접실’이 된다. 차에서 동영상을 즐기거나 e-메일을 주고받고 화상회의를 하는 게 가능하다. 음성인식 기술 덕분에 내비게이션,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등은 모두 말로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는 수준까지 똑똑해진다. 연료 잔량을 감안해 값싼 주유소나 충전소를 안내하는 한편, 주인의 입맛까지 고려해 맛집을 안내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는 “지금의 자동차가 몇 년 전 쓰던 일반 휴대전화기라면 10년 뒤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계적 장치는 자동차 회사가 만들어준 대로 그냥 쓰지만 각종 편의장치는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을 계속 업로드하면서 쓰는 시대라는 얘기다.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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