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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반목에 한나라 심판 당해 여당 대선 예비후보 5명은 돼야”

정몽준(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런 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그는 2022년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뛰었다. 월드컵 유치 실패 뒤엔 자신의 FIFA 부회장 선거에 몰두했다. 자연스레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줄어들었다.

최고·중진연석회의서 목소리 높인 정몽준 전 대표

그런 그가 4·27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위기론’을 내놨다.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분당을 후보 공천 과정을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당의 위기를 드러낸 과정이었다. 국민을 위해 반듯한 후보를 뽑는 과정이었는지, 권력투쟁 과정이었는지 걱정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후 그를 만났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재·보선 민심이 어떤가.
“지난해엔 한나라당이 선거도 하기 전에 자만했다. 모두 선거 승리를 생각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진심으로 걱정한다. 경기 성남 분당이 우리에게 좋은 지역인데 걱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그런데도 의원들의 걱정과 의견을 당이 효율적으로 결집하지 못한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는 인식을 서로 심어 줘야 한다.”

-당은 어떤 점에서 위기인가.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힘을 합치지 못하고 분열하고 반목한다. 그것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된다. 또 여성과 사회적 약자, 환경·통일·자유와 같은 기본적 가치에 대한 논쟁에서 무관심하고 소홀했다. 바람직하지 않다. 나라 전체로 보면 리더십의 위기다. 세상이 크게, 빨리 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자급 인사들이 세계적 변화와 국민 인식의 변화에 맞춰 나라를 이끌어나갈 준비가 안 돼 있다.”

-분열과 반목이라면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의 대립을 뜻하나.
“그렇다. 내가 17대 국회 때 당 최고위원이었다. 18대 공천안을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데 언론에선 모든 사람을 친이와 친박으로 분류하더라. 모든 의원이 분명하고, 명확하게 분류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여당으로서 전례없는 현상이었다.”

-대책은 뭔가.
“국민에게 달라졌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께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이야 말로 다 바꿔야 한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개인 이해 때문에 국가 전체의 운명을 잘못 이끌어가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확 바꾸고 좋은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해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긴다. 특히 우리 텃밭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지도부 교체도 포함되나.
“재·보선 결과가 나쁘면 지도부 교체 압력을 묵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총선·대선이 중요한데 거기에 초점을 맞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이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확 달라졌다고 느끼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해야 한다.”

-당 대표 경험으로 볼 때 현 지도부에 어떤 문제가 있나.
“나는 대표직을 승계했다. 그래서 내 기반이 튼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한나라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여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최고위원들이 공식석상에서 나를 들이받았다. 그래서 못해 먹겠다는 생각도 했고, 참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 개인에 대한 공격이지 당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당 전반의 운영에 대해 걱정스러운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당이 청와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는데.
“집권여당이니까 청와대와 상의할 것은 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와 공천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나 청와대 참모가 관여하면 안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주요 후보 공천은 당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됐다. 예컨대 경남지사 선거에 이달곤 후보가 됐는데 나는 그런 구상이 진행되는 걸 전혀 몰랐다. 좋은 사례는 아니다. 청와대가 당과 상의 없이 결정하고 당이 사후적으로 가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겠나.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국가의 장기 이익이란 관점에서 일하면 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보나.
“박 전 대표가 유력하신 후보라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미래 경제성을 보면 안 하는 게 잘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경제성 검토는 30년 정도 내다보고 한 것이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30년 앞을 내다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했다. 그것을 다음 대통령 때엔 할 수 있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합해도 6년이란 시간밖에 흐르지 않을 텐데.”

-정 전 대표도 지방선거 유세 때 신공항 추진을 주장하지 않았나.
“정확하게 신공항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당시 ‘이달곤 후보가 경남지사가 되면 여당 도지사니 여러분이 원하는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만약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리면 대표직에 출마하나.
“그럴 생각 없다. 대선에 몰두하려 한다.”

-그러기엔 세가 약하지 않나.
“많이 미약하다. 하지만 여당엔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5명 정도는 돼야 한다. 박근
혜 전 대표는 앞서가는 분이고 의원과 단체장 중에서 좋은 분들이 준비해야 한다.”

-2002년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어떤 한계를 느꼈나.
“그때는 준비가 부족했다. 우선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당시 민주당의 어떤 의원이 나를 돕기 위해 탈당한다고 해서 내가 ‘출마 안 할 테니 나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월드컵 끝나고 여론조사를 했더니 내가 1등이었다. 선거는 2~3개월 남았는데 4선 의원이 준비가 없어 못 나간다고 말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었다.”

-어떤 점이 부족했나.
“대통령은 혼자서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같이 일해야 하는데 같이 일할 사람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팀워크나 세련된 정책 준비가 없었다. 또 무소속이었다. 당시 나는 후보가 좋으면 됐지 꼭 정당에 소속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정당이 없으니 네거티브 캠페인에 무방비로 당했다.”

-개인 재산이 4조원에 육박한다. 재산이 많은 게 대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재산이 많은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느냐고 묻곤 한다. 부자라서 서민의 사정을 모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발모제를 꼭 머리가 없는 사람만 개발해야 한다면 좋은 약이 나오기 힘들다. 누구든 좋은 걸 개발해 쓰면 된다. 잘사는 사람이 있고 못 사는 사람도 있다.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도 있고, 잘생긴 사람과 못 생긴 사람도 있다. 경제·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나도 합리적 판단을 하는 그런 국민 중 한 사람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보나.
“대세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에게 장점이 많으니 국민이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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