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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에너지 뿜어내는 숲 표 내지 않고 한없이 베풀어

봄철, 밖에 나가 보면 색색의 조화로움을 발견한다. 눈길 가는 곳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펼쳐진다. 아파트 화단에서 시작된 이 경이로움은 산과 들에까지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숲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삶과 믿음

며칠 전 인공조림지로 유명한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찾은 것도 이런 이끌림이 작용했다. 나무가 여럿 모여 숲을 이룬 편백 숲 초입부터 봄 향기가 가득했다. 공기 또한 신선했다. 아마도 치유 효과가 뛰어난 피톤치드 때문이리라.

봄기운이 스며 있는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쭉쭉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향했다. 그사이로 초록빛이 보인다. 초록빛은 명상으로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숲길을 조금 가다 멈춰서고 또 조금 가다 멈춰서고 하니 온화한 기운이 얼굴과 손등으로 전달된다. 이처럼 숲은 한없는 베풂에도 베풀었다는 상이 없다. 그저 베풀 뿐이다. 이런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자신이 가진 조그만 것을 아끼려 한다면 집착이다. 공부인은 한 물건이라도 나눠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이 더 가기 전에 훌훌 털어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겉수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폼 재는 것을 모를 줄 알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늘 자신에 대해 알아차림 공부를 해야 한다.

숲길에서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경남 사천 다솔사 인근에서 장아찌를 담그는 양영자 대표의 말이다. 그로부터 숲의 철학을 배웠다.

“도시에 살 때는 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겉모습만 봤기에 그냥 산이었다. 그러다 산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욕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것은 제가 만든 것이다. 누가 만들어 준 게 아니다.”

사람들은 숲을 통해 알아차림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공부를 하고 있다. 이것은 지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알아차림 공부를 하다 보면 지혜의 근원처를 알게 된다. 그럴 때 자신을 회광반조(回光返照)할 수 있다.

편백 숲길은 고요함 속에서도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고 있었다. 숨을 고르고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편안함이 자리 잡는다. 몸이 원하는 만큼 천천히 걸을 즈음 한쪽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야생화 노루귀를 발견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노루귀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분홍빛 노루귀였다. 작은 줄기에 솜털이 햇빛을 받아 빛났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면 발견하지 못할 노루귀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쁨을 누렸다.

이를 통해 공부인에게도 꽃을 피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꽃은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치는 동안 거의 피게 돼 있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준비만 열심히 하다 보면 꽃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작은 꽃이라도 피우려면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바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꽃피우는 것을 더디게 만든다. 속성 수행은 한때의 반짝임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치유의 에너지가 충전되기 시작했다. 숲의 고마움에 절로 합장이 나온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고마움이 온몸으로 깨어나는 날을 기다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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