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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뇌, 정부의 뇌

뇌 과학은 아주 오래전에 마음이 머리에 있음을 밝혀냈다. 인간의 뇌는 감정·언어·기억·의식을 생성한다. 그리고 이성과 창조성과 직관을 부여한다. 단백질 세포 덩어리에서 마음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걸 가리켜 복잡성과학에서는 ‘창발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창발현상이 지구에도 나타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통신망 증가 속도가 지금 추세대로 계속돼 세상의 모든 통신망이 하나로 연결될 때 이른바 ‘지구의 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1000억 개의 뉴런이 정보를 주고받는 인간의 뇌처럼 지구의 뇌가 드디어 형성되는 날, 우리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쉽게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소위 지구적 현상에 관여하는 변수는 통틀어 1000여 개라고 한다. 양자컴퓨터가 곧 개발돼 짧은 시간에 이들 변수를 분석하면 주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다. 또 지구의 뇌는 자연재해와 천재지변까지 예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지구의 뇌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보면 지구의 뇌가 보내는 신호들이 초(秒) 단위로 전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재스민 혁명의 현장감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는 세상이다. 촘촘히 연결된 통신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구의 현상이란 상상할 수 없다.

반면 ‘정부의 뇌’는 어떤가? 한 예로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영향을 분석하는 유럽 국가의 기상청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한국 기상청에서는 과장된 것이라고만 말한다. 지구의 뇌는 우리 정부의 뇌에서 보내는 신호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정보를 보내고 있고, 국민이 이를 더 믿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정부가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경북 울진의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측정한 방사성 요오드의 수치는 정부 발표치보다 최고 6.6배나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국민 안전과 관련한 이런 발표를 접하면서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보와 정책에 대한 불신의 확산은 초기의 하찮은 일들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쇠고기 촛불시위와 천안함 폭침사건 때도 그랬다. 지금도 논쟁의 초점이 되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정책들이 결정 타이밍을 질질 끌면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취득세 감면의 소급 적용을 하겠다고까지 발표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됐던 준법지원인제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지역 등 정책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뇌를 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정책 결정의 지연과 번복 행위가 쌓이다 보면 국민은 ‘정부의 뇌’를 불신할 게 뻔하다. 이러다가 실제로 정부의 뇌보다 지구의 뇌를 더 믿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도처에서 유입되는 정보와 유출되는 정보의 교차 과정에서 생성되는 창발적 현상은 정책 대상 집단으로 하여금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할지 모른다.

정책 결정자들이 산업화 시대의 의사소통 방식을 고집하는 한, 정보사회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정부의 뇌보다 훨씬 빨리 진화하는 지구의 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행동을 명령하는지 알아야 한다. 지구 도처에서 보내는 문제의 신호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정책 문제의 진화 과정과 창발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이 순간에도 지구의 뇌는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엄청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뇌에서는 어떤 신호를 국민에게 보내고 있을까? 과연 지금 정부의 뇌는 진화하고나 있는가? 이게 궁금하다.



강성남 1992년 서울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딴 뒤 대학·국회·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저서로 『부정 부패의 사회학』 『행정변동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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