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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우스와 23년 동행 패터슨 마스터스 5회 우승의 ‘지휘자’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도 갤러리의 시선은 ‘최고’를 좇는다. 1라운드 1위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가 속한 조(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리키 파울러)가 9일(한국시간) 2라운드 18번 홀에서 퍼팅을 하는 동안 구름처럼 몰려든 갤러리가 그린을 둘러싸고 있다. 2라운드까지 매킬로이가 10언더파로 선두를 지켰고, 제이슨 데이가 8언더파로 2위를 기록했다. 최경주와 타이거우즈는 공동 3위(7언더파)가 돼 3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치렀다. [오거스타 AP=연합뉴스]
“이곳에 처음 온 지 28년이 지났네요. 코스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사람은 자꾸 늙죠.”
무거운 캐디백을 짊어지고 18번 홀의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온 최경주의 캐디 앤디 크로저(61)가 주름진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그는 매우 힘든 표정이었다. 그는 오거스타 캐디가 입어야 하는 흰색 점프수트와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캐디복이 독특한 오거스타는 캐디의 역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오거스타를 빛낸 명캐디들


아널드 파머 캐디, 상금 전액 받을 뻔
옛날 마스터스를 앞두고 오거스타의 캐디들에겐 뜨거운 가방과 차가운 가방이 있었다. 뜨거운 캐디백은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A급 선수의 가방이었다. 뜨거운 가방을 메면 큰돈을 기대할 수 있었다. 1955년 19세의 캐디 너대니얼 에이버리는 재키 버크나 진 리틀러 등의 뜨거운 가방을 원했는데 신출내기의 캐디백을 배정받아 매우 실망했다. 주인은 아널드 파머였다. 그는 극적으로 우승했다. 파머의 부인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실수로 캐디에게 상금의 10%인 1400달러가 아니라 1만4000달러 수표를 써주고 말았다. 우승상금 전부를 받게 됐으니 에이버리에게 캐디백은 용광로처럼 뜨거운 가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액수가 너무 많아 이상하게 여긴 클럽 관계자가 식당에 있던 파머 부부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1400달러만 지급했다.

아이언맨(iron man)이라는 별명을 가진 에이버리는 실망했지만 이후 파머와 함께 세 번 더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윌리 패터슨이라는 오거스타의 클럽 캐디는 59년부터 23년 동안 잭 니클라우스의 백을 지키면서 5승을 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캐디는 모두 흑인이었다. 82년까지 마스터스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클럽에서 지정하는 캐디를 써야 했다.

마스터스 2라운드 8번 홀에서 최경주 선수(오른쪽)가 캐디인 앤디 크로저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들고 있다. [오거스타 AFP=연합뉴스]
오거스타는 1년 중 6개월만 개장한다. 회원이나 회원과 동반하는 사람이 아니면 라운드를 하지 못한다. 게다가 회원 대부분이 뉴욕·워싱턴DC 등 다른 지역에 산다. 캐디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적어 안정된 수입을 얻기 어려웠다. 클럽은 그런 캐디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선수들에게 캐디를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엔 클럽 캐디만으로는 부족했다. 인근 골프장에서 캐디를 데려와도 그 수를 채울 수 없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동네 아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도 흔했다. PGA 상금이 늘어나면서 70년대 중반부터 상위권 선수들은 전문 캐디를 대동하고 다녔는데 마스터스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선수들은 불만이 많았다.

최경주 캐디 “우즈 별거 아니다” 조언
사고는 82년 대회 1라운드에 터졌다. 날은 춥고 비가 많이 내렸다. 언덕이 많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진창이 되면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캐디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캐디들 중엔 10대 초반의 아이도 많았다. 오후에 경기는 중단됐다.

이날 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선수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골프장에 나왔다. 그러나 캐디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캐디들은 캐디백을 비가 오는 야외에 방치하고 가는 바람에 클럽이 온통 젖어버렸다. 마스터스 대회 사상 가장 격렬한 항의가 나왔다. 톰 왓슨은 변호사 출신의 대회 준비위원장에게 “당신이 가장 큰 재판에 나갈 때 자신의 비서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해 봐라. 우리가 바로 그런 상황”이라면서 전문 캐디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듬해부터 선수들은 마스터스에 캐디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래서 83년 앤디 크로저가 이곳에 오게 됐다. 오거스타에서 백인이 캐디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크로저는 젊은 시절 닉 팔도와 콜린 몽고메리 등 영국 최고 선수들의 가방을 멨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섹스 스캔들 이후 복귀한 타이거 우즈와 최경주가 라운드하게 됐을 때 언론에 “타이거 별 거 아니다”라고 말해 보스를 격려하기도 했다. “KJ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위대한 골퍼”라고 크로저는 말했다.

그의 경험은 쌓였지만 육체는 녹이 슬고 있다. 그에게 캐디백은 버거워 보인다. 최경주는 “앤디를 위해 가방 무게를 줄여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잘 해야 내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벤 크렌쇼, 캐디 즉석 레슨 받고 우승
오거스타 내셔널은 전문 캐디의 진입을 끝까지 막은 곳이지만 처음으로 전문 캐디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캐디들은 마스터스 기간 중 자연스럽게 유명 선수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다른 골프장의 클럽 캐디는 선수들이 함께 투어에 다니자고 해도 거절했지만 일거리가 별로 없는 오거스타의 캐디들은 선수를 따라 갔다. 그래서 초창기 전문 캐디는 대부분 오거스타 출신이었다. 오거스타의 캐디가 모두 흑인이었기 때문에 초창기 전문 캐디는 모두 흑인이었다.

흰색 점프수트 등 캐디 복장은 의무사항이다. 다른 대회에서 캐디들은 조끼 형태의 가벼운 천을 걸치는데 이곳에서 그랬다가는 바로 추방이다. 클럽은 캐디들이 깨끗하게 복장을 통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흰색 테니스화를 신어야 한다는 규칙은 사문화되고 있다. 크로저는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점프수트 오른쪽 가슴에는 마스터스 로고가, 왼쪽에는 보스의 번호가 적혀 있다. 크로저는 31번이다. 번호는 클럽에서 부여한다. 지난해 우승자가 1번이다. 번호가 늦더라도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1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등록한 순서에 불과하다. 바짝 긴장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회에 일찍 오기 때문에 대부분 10번 이내의 번호를 받는다. 로리 매킬로이가 가장 늦게 등록해 마지막 번호인 99번을 받았는데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치며 공동선두에 올랐다.

올해 마스터스 50회 출전 기록을 세운 캐디가 나왔다. 열네 살 때인 61년부터 마스터스에 나온 칼 잭슨(64)이다. 벤 크렌쇼를 도와 두 번 우승을 했다. 95년 크렌쇼가 우승할 때 잭슨이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 라운드 경기 중 샷이 망가져 헤매던 보스를 숲으로 데려가 레슨을 해줬다. 이후 크렌쇼의 샷이 살아나 우승할 수 있었다. 크렌쇼는 대장암에 걸린 잭슨의 치료비를 대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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