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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투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Q.잘 노는 사람이 정말 일도 잘합니까.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이 낮은데 섣불리 이런 이야기 꺼냈다가 회사가 ‘놀자판’ 되는 건 아닌가요. 보통 휴식과 창조적인 휴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창조적인 휴식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6>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④

A.저희 세대는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오랫동안 회사가 생활의 중심이고 집은 잠깐 다녀오는 곳이었죠. 한마디로 ‘회사 인간’, 일 중독자였습니다. 그런데 7~8년 전 이렇게 긴 시간 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창조적으로 쓰면 생산성이 높아져 개인도 성장하고 기업도 성장합니다. 나아가 국민 경제도 성장합니다.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 수준인 4만 달러인데 문화를 즐기고 우리보다 삶의 여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노동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노동 생산성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50% 수준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을 생산적으로 더 스마트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생산성을 높이려면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야 합니다. 한국의 직장인 가운데 전력투구해 일하는 사람은 6%밖에 안 된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단위시간당 성과가 작은 거죠. 반면 선진국은 8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치열하게 일합니다. 심지어 업무와 무관하게 5분 이상 자리를 뜨면 해고 사유가 되는 회사도 있습니다.
우리는 또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일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한편 휴식을 제대로 못 취합니다. 그냥 일에 끌려다니면서 몸으로 때우는 거죠. 사람이 일을 한다기보다 일에 정복당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 시대는 우리에게 창조적으로 스마트하게 일할 것을 요구합니다.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감성적 접근이 중요한 시대가 된 거예요. 이런 시대엔 무작정 쉴 게 아니라 창조적이고도 계획적인 휴식을 해야 합니다. 무작정 쉬고 나면 오히려 더 피곤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계획을 세워 짜임새 있게 휴식을 취하면 쉼을 통해서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하게 마련이죠. 창조적 휴식을 했는데 당연히 성과가 좋아지지 않겠어요. 이런 차원을 떠나 창조적 휴식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는 이 시대 삶의 질을 재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휴식은 탈산업사회의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근면성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가고 일을 스마트하게 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구성원의 휴가를 챙기고 건강도 챙겨줘야 하는 시대죠. 그러면 창조적 휴식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우선 CEO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직원을 종으로 생각하면 선뜻 쉬게 할 마음이 안 들어요. 그러나 직원을 자신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내가 쉬고 싶으니 직원들도 쉬고 싶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죠. 같이 쉰다는 건 서로 나누는 겁니다. 일에 대한 집중은 성과를 높여 주지만 일 중독은 성과를 떨어뜨립니다. 일 중독은 또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육신의 건강도 해치고 가정과 사회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서양에 ‘건강은 능력이다’란 격언이 있습니다.

창조적 휴식이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보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잘 운용해야 합니다. 업무 목표가 뚜렷하고 평가가 엄정해야죠.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큰 사람은 대접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해야 합니다. 또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근무제도(flexible workplace) 등 성과지향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사무실에 오래 머문다고 성과가 커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두 달간의 안식휴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임원은 5년마다, 직원은 10년마다 두 달 동안 유급휴가를 떠납니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 못해 본 것들을 계획을 세워 하고 나면 상당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두 달이면 평소 못했던 해외여행 등 하고 싶은 일 대여섯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안식휴가를 다녀오면 휴가 동안의 삶의 궤적을 인트라넷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게 돼 있습니다.

2009년 여름 안식휴가를 다녀온 한 임원은 서유럽기행, 남해안 민가 체험, 대청봉 산행, 일본 건축여행 등 네 번의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올렸습니다. 휴가기의 내용이 부실하면 제가 보완을 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렇게 올라온 것들을 참고해 자신의 휴가 계획을 세우면 확실히 성취감을 맛보게 되죠. 휴식을 한 데다 이런 성취감까지 있으니 업무에 복귀했을 때 창조적이 됩니다. 당연히 능률이 오르고 성과도 좋아지죠. 그래서 우리 구성원들이 꿈 같은 제도라고 말합니다. 안식휴가제는 우리 회사만의 독창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안식휴가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6년 2월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제가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에서 일과 쉼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던 이분법적 사고를 떨쳐냈죠. 두 달 만에 돌아오니 재무적 성과가 추정했던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제가 먼저 다녀왔기에 다른 임직원들이 부담 없이 안식휴가를 떠났죠. 프로젝트와 맞물려 지연되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모든 해당자가 안식휴가를 갑니다. 때가 되면 빨리 가라고 저도 챙기지만 인사팀에서 채근을 합니다.

창조적인 휴식의 방법으로 저는 여행을 권합니다. 여행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와 마주치게 됩니다. 여행지에서는 일상의 삶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죠. 이런 과정에서 일상에 매몰돼 있을 땐 미처 몰랐던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안목과 식견이 높아집니다. 단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아집니다. 디자인 경영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죠. 여행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2008년 봄 세계를 품어보라는 뜻에서 안식휴가를 떠나는 젊은 세대에게 세계 여행할 기회를 주려고 했습니다. 회사가 세계일주 티켓을 제공하고 나머지 경비는 본인이 부담하는 안까지 만들었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는 바람에 보류했습니다만 언젠가 다시 추진하려고 합니다. 젊은 구성원들이 세계를 누비면서 견문을 넓히면 글로벌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노름을 같이 해 보고 함께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여행을 떠나면 부수적으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죠. 여행을 하면서 낯선 곳에서 낯선 것들과 부딪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러면 메모를 해 뒀다가 나중에 검토를 하고 어떤 것은 제도화하기도 합니다.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 입양자녀에게도 학자금 지원, 배우자 검진 프로그램 등이 모두 여행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들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CEO들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대부분 노는 데 서툽니다. 여가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김정운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잘 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창조경영이 요즘 경영화두죠. 일만 하는 CEO는 창조경영의 비전과 지평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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