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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이사람] 후쿠자와 유키치 … 일본 근대화 영웅 또는 추악한 제국주의자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

야스카와 주노스케 지음

이향철 옮김, 역사비평사

420쪽, 2만3000원




얼떨떨하다. 아니 쇼킹하다. ‘메이지의 스승’이자, 일본 1만 엔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후쿠자와 유키치(사진)의 이미지와, 저자가 새롭게 밝혀낸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너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차이 정도가 아니라 거의 추악한 사상가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그런 인물을 영웅으로 만든 일본 학계까지 청맹과니라고 사정없이 비판한다. 한국의 독자로선 ‘시차적응’이 잘 안 될 정도인 신간이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이다.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후쿠자와는 일본의 대표적인 계몽가이자 교육가로 실학과 부국강병을 강조하여 자본주의 발달의 사상적 근거를 마련한 사람이다. 『서양 사정』『학문의 권유』 등 그의 책도 유명하지만 중화사상의 영향을 벗어나 서양 모더니즘을 받아들이는 흐름을 만든 사람으로 누구나 알아왔다. 그는 조선 개화기의 유길준 스승이기도 한데, 이 책은 그런 거물이자 일본 근대의 상징적 인물을 여지없이 패대기친다. 그런 패기가 놀랍고, 치밀한 연구의 깊이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인물(후쿠자와)이 전후 일본사회에서 원리원칙이 있는 철학자, 원칙 있는 근본적이고 체계적 사상가 등으로 찬미돼야 했던 것일까. 평자들의 눈이 널빤지의 옹이구멍이나 다름없는 청맹과니였던 것인가. 근대 일본사회에 인재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전후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일까?”(259쪽)



 이 책이 설득력 있는 것은 후쿠자와의 입을 통해 그를 치는 방식 때문이다. 공허한 주장이 아니라, 메이지 시절 그가 토해냈던 다양한 발언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괜한 이의제기는 감히 꿈도 꾸지 말라는 포석인데, 본문도 그러하지만, 책 뒤편에 따로 마련한 ‘후쿠자와 유키치 아시아 인식의 궤적’은 생전 그의 발언 400여 개를 연대순으로 뽑아 놓고 있다. 이를 보면 그야말로 ‘동양의 루소’가 아니라 못 말리는 천황주의자이고, 조선을 능멸하는 데 앞장 선 노골적인 제국주의자다.



 “조선인은 미개한 백성이다. 극히 완고하고 어리석으며… ”(1882년 4월) “바야흐로 이웃 조선도 우리 문명 안으로 포섭되려 합니다. 필생의 유쾌, 실로 망외의 행복입니다.”(1895년 1월) “조선국은 문명의 관점에서 사지가 마비되어 스스로 움직일 능력이 없는 병자”(1895년 6월) 등등. 우리로서는 읽어내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다. 정작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그런 후쿠자와를 자유주의자로 포장했던 20세기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에 대한 공격이다.



 그는 흔히 하는 말대로 ‘학계의 천황’이 아니다. 후쿠자와를 신으로 받들며 스스로를 제사장으로 착각했던 바보였다는 게 이 책의 시선이다. 그럼 왜 천하의 마루야마가 이런 ‘장난’을 했을까? 2차 대전 전후 전쟁과 패망으로 얼룩졌던 현대사에서 새 희망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그만 ‘오버’했다는 것이며, 그러나 무가치한 노력이라는 주장이 저자의 시선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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