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한국 길 모임’ 출범에 거는 기대

손민호 기자
지난달 18일 제주에서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제주올레 10코스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사이’에서 열린 ‘전국 트레일 관계자 모임’ 토론회다.



 토론회 모양새는 솔직히 볼품없었다. 행사 장소가 올레꾼이 1만원 주고 하룻밤 묵는 게스트하우스 2층 책카페였고, 행사 참석자 중에서 정장 차림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모인 90여 명은 앉은뱅이책상 앞에 스스럼 없이 앉아 편하게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시종 격이 없었고, 때로 격렬하기도 했다. 발언권만 얻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어깨나 두드려주고 헤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전국의 주요 트레일을 아우르는 단체, 이름하여 ‘한국 길 모임(코리아 트레일 네트워크, Korea Trail Network)’을 구성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사실, 이날 토론회는 자리 자체부터 의미가 있었다. 현재 전국에서 길을 내는 대표적인 세 주체, 그러니까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 부처가 처음 무릎 맞대고 앉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단체는 제주올레·지리산둘레길·바우길 등 트레일 운영단체 16개와 (사)우리땅걷기·(사)한국의길과문화 등 트레일 관련 단체 6곳, 문화체육관광부·산림청 등 정부 부처 2곳 등 모두 24개나 됐다. 명실공히 현재 한국 트레일을 대표하는 주체 대부분이 출석했던 것이다.



 토론회는 다음 달 한국 길 모임을 발족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단체의 성격과 범위에 관한 세부 사항을 조절하기로 했다. 하여 한국 길 모임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단체에 기대하는 모습은 있다.



 시방 전국의 트레일은, 의외의 암초에 부딪혔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생태계 훼손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생태계 훼손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가 트레일 공화국이 된 것이다.



 정부 부처, 그러니까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국토해양부·산림청·행정안전부 등이 저마다 길을 내고 있다. 정부 부처 대여섯 개가 앞다퉈 예산을 투입할 만큼 탐방로 조성사업이 국가지대사나 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광역단체에서부터 기초단체까지 줄줄이 관광객 불러모으겠다고 길을 내고 있고, 최근엔 기업마저 탐방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 전국엔 이름이 겹치는 트레일이 수십 개가 넘는다. 이름이 겹치는 이유는 뻔하다. 길은 하나인데, 이름을 붙인 주체는 서너 개여서다. 요즘엔 신종 업자도 생겼다는 소식이다. 트레일 브로커, 즉 탐방로 만들어주겠다며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돈을 뜯는 자칭 ‘길 전문가’가 전국을 활보하고 있단다.



 한국 길 모임에 가장 기대하는 역할이, 이른바 교통정리다. 쭉정이는 솎고 알맹이만 건지길 바란다. 걷는 일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행동임을 믿는 주체만 뭉치길 바란다. 허다한 걷기 단체 명단에 또 하나 추가되는 단체는, 이제 필요 없다. 



손민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