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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하는 빈곤가정 아동 열 명과 20년째 … 운영위원 2배로 늘리겠다

잊을 수 없는 첫 만남



장상훈 후원회장(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이 맺은 인연

장상훈 후원회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 아이를 만나러 찾아간 허름한 집.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8살 난 아이는 관절염과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도 작았고 체구도 말라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장 회장을 후원자라며 소개하자 낯설게 인사하는 아이의 모습이 왠지 누군가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 회장은 1991년 천안시의원이었다. 의원 재직시설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옛 한국복지재단 충남지부)를 알게 됐다.



당시 어린이재단은 천안을 포함해 충남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결연을 맺고 매월 후원금을 결연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사회복지기관이었다.



 며칠 뒤 장 회장이 정기후원 신청서를 작성해 보냈더니 다음날 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아동을 결연했는데 궁금한 점이나 요청사항이 있냐”고 했다. 장 회장은 사실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재단에 “궁금한 게 없다”고 했다.



 그 아이를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재단에서 우편으로 보내준 결연아동소개서를 받았다. 그 아동이 다름 아닌 노민(가명·남·8)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엄마 아빠가 아이를 버리고 떠나자 할아버지가 아이를 차마 입소시설(고아원)에 맡기지 못하고 키우고 있었다. 사진으로 본 노민이는 왜소하다 못해 가냘퍼 보였고 유달리 작고 하얀 얼굴에 눈이 큰 아이였다.



 장 회장은 노민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 만나볼 수 있는지 문의했다. 며칠 후 사회복지사와 함께 집을 방문하면서 노민이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연탄불 때는 16㎡ 남짓 다가구 주택. 세탁기가 없어 빨래도 제대로 하지 않아 옷가지가 집 안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작은 냉장고엔 김치와 콩자반, 멸치볶음이 전부였다.



 “할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우시러 나가면 아이는 하루종일 혼자 지내며 점심도 스스로 차려 먹는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장 회장은 가슴이 저려왔다.



 아이와의 첫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장 회장은 사회복지사에게 노민이 같이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물었다. 대답은 그에게 충격적이었다.



 복지사는 “어린이재단에서 관리하는 지역아동이 4000여 명인데 그 중 1500여 명이 노민이처럼 후원을 받지 못해 어렵게 생활한다”며 “노민이는 그래도 어린 나이에 후원자가 바로 연결돼 다행이다. 많게는 2~3년이 지나도 후원자가 연결되지 않은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온 장 회장은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어린이재단에 전화해 노민이와 비슷한 처지의 아동을 9명 더 소개해 달라고 해 매월 10만원씩 후원하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는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지인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며 결연후원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 후원회가 창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장상훈 회장은 “모든 시민들이 나눔으로 풍성해지는 기쁨을 느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상훈 회장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다.



-후원회는 어떤 일을 하나.



 “충남지역에 사는 빈곤가정아동 후원자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운영위원으로 위촉한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만나 토론을 갖고 친목을 다지고 다양한 행사로 후원아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는데.



 “새싹비빔밥으로 나누는 사랑, 일일호프,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후원자아동만남 행사, 자선음악회, 공부방꾸미기지원, ‘1004명의 산타가 되어 주세요’ 등 매년 1차례 정기적으로 형식을 바꿔가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



 “지난해 말 ‘1004명의 산타가 되어주세요’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빈곤가정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때 갖고 싶은 선물을 조사한 후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다. 후원회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1100만원을 모금해 220명의 아동들에게 1명당 5만원 선에서 각자 원하는 것(겨울점퍼, MP3, 운동화, 청바지)을 선물했다.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받아 기뻤고 후원자들도 산타할아버지가 된 듯 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 행사였다.”



-후원회 활동을 하며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천안시의회 의장을 3선이나 지냈다. 충남시의회의장단 처장까지 맡았었는데 충남 16개 시·군에 어린이재단 지회가 천안, 아산, 서산 3곳 밖에 없다. 각박한 현실에서 지회를 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 늘 아쉬움을 갖고 있다.”



-가장 의미있는 활동은.



 “목천에 사는 박한별이라는 여중생이 10년 전 백혈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해 2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박양이 수술을 잘 받은 후 감사 편지를 보냈는데 참 뿌듯함을 느꼈다.”



-향후 계획은.



 “현재 운영위원이 25명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욕심 같아서는 2배로 운영위원을 영입해 도내 곳곳에 1등 충남후원회로 성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운영위원들이 지역기업을 비롯해 병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매월 5만원 이상의 결연후원을 신청하는 ‘초록우산 나눔 현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한 말씀.



 “경기침체에 치솟는 물가 등으로 후원상황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후원을 멈출 순 없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려드리고 싶다. 우리의 미래는 어린이다. 어린이재단은 지난 60년 세상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대 아동복지전문기관이다. 어린이의 올 곧은 성장을 돕는 아름다운 투자인 ‘나눔’을 시작할 때다. 봉사할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거나 주저하는 분들이 아직도 주위에 많이 있다.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에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걸 안내 받을 수 있다. 또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어린이재단 충남후원회 운영위원에 가입하면 아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다.” ▶후원문의=041-578-7170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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