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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이송 210분 … 이국종은 절망했다





용인 50대 외상환자 목숨 구했던 지난 5일엔 무슨 일이 …



경기도 소방항공대 소속 헬기가 환자를 태우고 아주대병원에 착륙하고 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아주대병원 이국종(42·사진) 교수가 5t 트럭에 깔려 사경을 헤매던 50대 남자를 구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사고 사흘째인 7일까지 환자의 생명은 위태롭다. 상태가 나빠 추가 수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잔뜩 뿔이 나 있었다.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음이 무겁고 지친다”고 했다.



 이 교수를 화나게 한 것은 한국의 후진적인 외상환자 응급의료시스템이다. 사고는 5일 오전 11시42분에 발생했다. 환자가 헬기에 실려 아주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12분. 외상환자를 살리는 결정적 시간인 골든 타임(사고 발생 1시간 이내)이 2시간30분이나 지난 뒤였다. 이 교수가 생명구조 시스템의 현실에 또 한번 절망한 것이다.



 첫 번째 단추부터 일그러졌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J자동차공업사에서 트럭을 정비하던 김모(52)씨가 그 차량에 깔렸고 인근 D병원에 옮겨졌다. 이 병원은 기도를 확보하고 튜브를 삽입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자 응급의료센터(1339)에 도움을 청했고 이 센터에서 이 교수에게 SOS를 쳤다. 이때가 2시20분. 만약 권역별로 외상환자전문센터가 있었다면 매뉴얼에 따라 소방구급대가 처음부터 환자를 그리로 보냈을 것이다. 그러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응급센터에서 전한 환자 상태는 심각했다. 앰뷸런스로 옮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 교수팀이 경기도 용인의 소방항공대에 헬기를 요청했다. 2시44분에 헬기가 아주대병원에 오자 이 교수와 김지영 간호사가 타고 용인으로 향했다. 환자를 싣고 오후 3시12분에 돌아왔다.



 “상태가 석 선장보다 훨씬 나빴다. 트럭에 눌려 가슴부터 복부까지 짓이겨졌고 척추뼈가 부러져 있었다.”



 이 교수팀은 응급조치를 취한 뒤 4시30분쯤 수술에 들어갔다. 파열된 횡격막을 봉합했다. 비장이 파열돼 피가 계속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비장 절제술을 했다.



 오후 8시쯤 3시간30분 만에 1차 수술이 끝났다. 이 교수와 함께 수술에 참가한 외상외과 권준식 임상강사는 “시간이 조금만 더 지체됐으면 후송 도중 숨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7일에도 환자의 배를 열어 놓았다. 사고 때 외부로 튀어나온 장기(臟器)를 넣고 봉합하면 부종·출혈 등으로 내부 압력이 높아져 숨쉬기가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아주대 응급센터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주사기 등 기초 의료장비도 없고 무전기가 먹통인 헬기로 환자 수송을 한 뒤 소방당국과 언쟁이 오갔다는 것이다.



헬기요청 공문 때문이었다. 오후 3시30분쯤 수술 준비 중이던 김 간호사에게 소방항공대 에서 전화가 왔다.



 상황실 직원: “헬기를 띄우는 데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아느냐. 팩스(공문)를 보내지 않았다.”



 김 간호사: “팩스를 보내야 헬기가 뜨는 줄 몰랐다.”



 상황실 직원: “자동차와 는 다르지 않으냐.”



 김 간호사: “확인해 보니 팩스를 보냈다. 상황실 서 받지 못한 거다.”



 김 간호사는 “(다급한 상황에서 절차 운운은)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 목적이면 헬기 부르기가 콜택시보다 더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절망은 외상환자응급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1981년 3월 괴한의 총탄에 저격당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살린 것은 외상환자 응급의료시스템이었다. 저격 직후 조지워싱턴대 메디컬센터 외상센터가 급히 움직여 왼쪽 겨드랑이 아래 총상 수술로 이어졌다. 주치의 조셉 지오다노는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레이건의 목숨은 정부가 구축한 (외상환자)시스템이 구했다”고 회고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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