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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하수인 돼버린 총리제부터 손질해야”

건국 이래 41명. ‘일인지하 만인지상’ (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도 불린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얘기다. 그러나 평균 재임기간 1년 남짓에 대부분 실권은 가져보지 못했다.



한국정치학회 개헌 토론회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도입된 국무총리제도를 이제는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7일 나왔다.









한국정치학회가 7일 주최한 특별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사법제도 개편과 개헌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용주(동의대)·송석윤(서울대)·서복경(서강대)·이정희(한국외대) 교수,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임지봉(서강대)·안성호(충북대) 교수. 한국정치학회가 18대 국회의 개헌 논쟁과 관련해 학술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종택 기자]





한국정치학회(회장 서울대 박찬욱 교수)가 주최한 ‘한국정치의 쟁점: 헌법 개정의 방향’이란 주제의 특별학술회의에서다.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전남대 조정관 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제에는 내각제적 요소가 결합돼 있어 (정치적)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국무총리제를 꼽았다.



 조 교수는 “당초 총리제를 도입할 때는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권력 분점을 위해 역할을 시키자는 것이었지만, 도입 즉시 우리나라의 총리는 대통령의 ‘하수인’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무총리는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나 해임건의권은 사실상 행사하지도 못하면서 행정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따라 자신의 해임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을 대신해 총리는 행정부 대표로 국회의 ‘카운터 파트너’로 활동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위상을 ‘행정부 수반’이 아니라 ‘국민 수반’으로 보는 인식이 퍼지고, 대통령 스스로도 그런 위상을 즐기게 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야당은 이런 위상을 흔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대통령을 특정 정파의 수장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면서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충돌이 거세진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총리제를 폐지하고 대선에 러닝메이트제(동반선거제)를 도입해 부통령을 뽑자고 했다. 미국식의 ‘원형(原形)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주장한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옹호하는 측에서도 현행 총리제의 변화를 촉구했다. 동국대 황태연 교수는 “내치(內治)는 총리가,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는 분권형 제도가 한국 정치 환경에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총리는 하원의 다수당에서 맡아 국정을 분담하고 있다. 황 교수는 총리의 권한이 강화되면 권력다툼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구조는 해와 달”이라며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도 대통령과 총리가 싸우는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학술회의를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도 총리제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18대에서 개헌을 하기엔 늦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대신 주요 대선주자들과 정당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들은) 헌법이 명시한 총리의 권한을 유지하고 그대로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헌법을 바꿀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각제와 관련해선 ‘독일식 내각제’의 도입 필요성이 나왔다. 독일의 내각제는 총리에게 각료의 임명·해임건의권 등을 부여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목포대 김영태 교수는 “독일식 내각제는 내각과 의회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서도 총리의 리더십이 보장돼 정치적 안정과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치학회가 개헌 논쟁이 본격화한 이후 이와 관련한 학술회의를 열기는 처음이다. 학회장인 박찬욱 교수는 “18대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개헌에 대해 책임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정치학자나 헌법학자들마저 헌법 개정 토론을 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권력구조 문제 외에도 ▶국민 기본권 확대 ▶남북통일 대비 ▶지방분권 강화 ▶사법부 개편 등 개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경기대 손혁재 교수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한 헌법 조항은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을 규정한 조항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 등이 참석해 토론을 지켜봤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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