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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찍는가, 우리는 그린다







황규태씨의 ‘스프링 러브’. 보티첼리의 명화 ‘봄’과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LOVE’의 이미지를 결합했다. 크게 키운 컴퓨터 픽셀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은 더 이상 재현의 예술이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회화성’으로 승부 거는 작품이 주목 받고 있다. 단순 재현이 아니라 회화적 표현의 확대로서 사진 매체를 활용한 작업이다. 물론 전혀 새로운 경향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구본창씨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잡화 컬렉션’과 사진작품을 같이 전시하는 등 사진예술을 둘러싼 환경변화는 전시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원로작가 황규태(73)씨와 신예 한성필(39)씨의 전시는 이런 점에서 눈길을 잡는다. “사진이야, 그림이야”가 절로 튀어나온다.









사진작가 한성필씨가 벽화가 그려진 유럽의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 여러 시점에서 찍은 이미지를 결합해 입체파 같은 효과를 냈다. 그림과 사진의 경계의 모호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밤낮이 공존하는 ‘매직아워’(Magic Hour)에 촬영한 것도 특징이다.



 ◆사진 이후의 사진=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황규태씨는 국내 연출사진 1세대다. 일찌감치 보도사진과 결별했다. 1960~70년대 초현실주의를 거쳐 90년대부터 컴퓨터 디지털 작업을 선보였다. 필름을 태워 인화하거나 이미지를 수만 배 확대해 새로운 색채와 조형을 찾아내고, 컴퓨터 픽셀을 시각화하는 작업도 선구적으로 시도했다.



 90년대 그의 작품은 “도대체 사진이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5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선 명화 패러디를 주로 내놓았다. 보티첼리·다빈치 등 고전 명화, 만 레이·데미안 허스트·로버트 인디애나 등 유명 작가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시대를 풍자했다.



 보티첼리의 명화 ‘봄’과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조각 이미지를 합성한 ‘스프링 러브’는 확대한 컴퓨터 픽셀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패럴랙스’는 원래 그림을 촬영하고 복제·반전시킨 것으로 두 명의 예수에, 요한인지 마리아인지 모르는 이가 예수에게 어깨를 다정히 기댄다. ‘$$ 바이올린’은 앵그르를 패러디한 만 레이의 작품을 다시 패러디한 것.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공명홈에 달러를 표기해 넣었다.



 자신이 찍은 들국화나 장미꽃잎 사진 일부를 잘라내 프레임처럼 활용한 대목에선 황씨 특유의 유쾌한 센스가 느껴진다. 70대에도 청바지·청모자 차림인 그는 스스로를 ‘사진건달’이라고 칭한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에, 컴퓨터와 이미지를 갖고 노는 것이 나의 사진이다”라며 “재미있자고 하는 것이 예술이고 시각적 쾌감이 없는 미술은 죽은 미술이다”고 말했다. 도저히 사진으로 여겨지지 않는 색채감에 대해서도 “컴퓨터가 부리는 마술이다. 내 사진은 ‘사진 이후의 사진(Photography after Photography)’이다”고 설명했다. 21일까지. 서올 삼청동 갤러리 아트파크. 02-733-8500.



 ◆눈속임도 예술=한성필씨는 일명 공사장 가림막이라 불리는 ‘파사드(Fa<00E7>ade)’ 작업과 눈속임 회화 전통을 끌어들인 착시사진으로 주목 받는 작가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유학과 다수의 해외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쌓아가고 있다. 공사 중인 건물(실재)을 완공 예상 그림(가상)으로 가리는 가림막을 촬영해 현실과 가상의 관계를 다룬다.



 이번에는 벽화가 그려진 유럽의 건축물을 찍은 사진이 흥미롭다. 건축물의 정면·후면·측면을 찍고 이를 이어 붙여 조감도처럼 재구성했다.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부터가 사진인지 구분이 어려운 이 작품은 모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 중 밤낮이 교차하는 일명 ‘매직 아워’(프랑스어로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제한적으로 촬영했다. 하루 5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다.



 2010년 베를린의 마르크스·앵겔스 동상이 이전되던 현장에 있었던 작가는 이를 비디오와 사진에 담고, 그 사진에 의거해 제작한 동상도 함께 전시했다. 한씨는 “3차원을 2차원에 재현한 사진을 다시 3차원으로 되돌린 복제동상”이라고 말했다.



 “제 작업은 포토샵이나 대형 출력기술 없이는 불가능해요. 기술발달에 따라 예술도 발달합니다. 제게 사진은 여러 장르가 만나는 통섭의 한 미디어일 뿐입니다.”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 5월 8일까지. 02-723-6190.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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