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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일본, 영원한 소국이 되려는가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일본은 중세 이전까지 먹고살 기술도 변변찮았고,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였다. 조선시대 우리가 일본을 왜(倭)라 부르며 낮춰봤던 이유는, 주자학을 중심으로 고도의 정신문화를 이뤘던 우리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의복조차 갖춰 입지 않고 훈도시 하나 걸치고 노략질을 일삼는 대마도 해적이 곧 일본의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해상 수송이 발달하면서 유럽의 문물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넘어 직접 일본으로 유입됐고, 신(新)문물에 목말라했던 일본은 유럽의 무기와 제도를 받아들여 급성장했다. 그동안 문화는 대륙에서 반도를 거쳐 우리가 일본에 전수하는 입장이었으나, 거꾸로 바다를 통해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에, 이들의 변신을 바라보는 충격은 컸다.



 현대에 이르러 일본은 새로운 인텔리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아시아에서 무시당한 것을 되갚아주려는 듯 그들의 성장은 눈부셨다. 그러나 정신적 바탕 없이 칼과 돈을 쥔 인텔리의 힘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대동아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한바탕 벌인 참담한 전쟁은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겼다. 정신문화가 바탕이 되지 않는 물질문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잘 나타내주는 참극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일본만을 탓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시절 대놓고 일본을 무시했고 업신여겼다. 그 결과 오랜 열등감이 빚어낸 일본의 대국지향적 제국주의는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에 이은 우리의 태도는 오랜 시간 쌓아온 우리의 정신문화가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웃에서 벌어진 참담한 현실에 구원(舊怨)을 넘어 우리가 보여준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은 스스로 보기에도 뿌듯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과는 별개로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영토문제다. 마음이 아리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동양 정신문화에 대한 소외가 이들에게 이렇게까지 작용하나 싶다. 독도가 아무리 탐나더라도 이웃의 마음을 얻는 것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영토를 얻는 것은 그 땅만큼의 이익이지만, 이웃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무궁무진한 시간의 이익”이라는 점을 충고하고 싶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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