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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정부도 고통 분담하라고?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에 초나라 노랫소리뿐이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석유가격 TF가 석 달간의 작업 끝에 대책을 내놓았지만 평가는 싸늘했다.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묘한 기름값’의 원인을 똑 부러지게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부터 경제부처 장관까지 줄줄이 나서 정유사들을 압박했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해야 할 보수정부가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섰으니 보기에 참 민망했다. 정유사들은 잇따라 ‘자진 납세’를 결정했다. 높으신 정부의 뜻을 감히 거스르는 ‘역린(逆鱗)’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유가 TF 발표 이후 역풍이 불었다.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7일 유류세와 통신비를 낮춰 서민의 생활고를 덜어줄 것을 대통령과 정부에 촉구했다. 소비자단체와 대다수 언론도 유류세 인하를 요구했다. 정유사의 ‘통 큰 결정’이 있었으니 기름값의 절반을 세금으로 떼가는 정부도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금 인하에 인색하다고 ‘이기적인 정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방에서 “유류세 인하” 노래다.



 필요하면 고유가에 신음하는 국민 고통을 감안해 유류세를 내릴 수 있다. 정부도 현 수준보다 국제유가가 크게 뛰어오르면 세금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화풀이하듯 유류세 인하를 합창하는 건 문제가 있다.



 유류세를 내린다고 정부가 갸륵하게도(?) 국민 고통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류세 세수는 공무원 호주머니로 가는 게 아니다. 그거 다 결국 우리 국민 돈이다. 당장 유류세를 내려도 국제유가가 계속 올라가면 국민은 체감하지도 못한다. 그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유류세 인하 압박이 지나치면 포퓰리즘에 멍석을 깔아줄 우려가 있다. 2008년의 유류세 인하도 그런 구석이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유류세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약속은 지켜졌다. 취임 첫해의 팡파르를 멋지게 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거진 ‘촛불 민심’도 달래고 싶었을 것이다. 유류세 인하 이후 일정 소득 이하 근로자·사업자에게 유가 환급금을 줬고, 저소득층과 택시업계에 따로 보조금을 주는 등 추가 대책이 줄줄이 이어졌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그때 정말 신나게 퍼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번 깎아준 세금을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경차 유류세 환급은 지금까지도 연장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7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유류 값이 오르고 있어 문제가 있지만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소비를 줄이려면 고통스러워도 유가를 억지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 그게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녹색 성장’에도 부합한다. 세금 덜 내면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유류세 인하는 당의정(糖衣錠)이다. 지금 유류세를 내렸다가 총선·대선이 예정된 내년 선거판에서 과연 다시 환원시킬 자신이 있는지 정부는 한번 따져볼 일이다.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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