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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일본, 정부가 재앙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 이것이 일본인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집중적으로 받는 교육이다. 일본 동북해안 지역 주민들은 지진·쓰나미로 가족을 잃고도 남에게, 특히 더 큰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폐가 된다면서 울음을 참고 단장(斷腸)의 슬픔을 묵묵히 삭혔다. 일본인들의 인내와 자제와 시민정신에 세계가 경탄할 만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왜 저 모양인가.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것을 용인하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쓴 역사교과서 출판을 주도함으로써 가까운 이웃 한국에 심각한 폐를 끼치고 있다.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원자로 안에 가두어 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저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언젠가는 해양 오염의 피해를 보게 될 주변 국가들에 그런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철면피의 얼굴로 해양 오염을 걱정하고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주변 국가들에 농도가 낮아 인체에 피해가 없다, 원자력 폐기물의 바다 투기에 관한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허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해당 지역 어민들도 그런 변명을 믿지 않고 오염수 방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방사능 위협은 언제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일본인들이 가장 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사전에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1만t 이상의 ‘죽음의 물’을 바다에 쏟아냈다. 그것이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면 그런 설명을 하고 주변국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출이 한국인의 육체적인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독도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언행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날카로운 칼질을 한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중등학교의 역사와 사회과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썼지만 이번에는 과거 어느 교과서보다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명기했다. 역사 교과서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기 때문에 일본이 조선을 병합했다’는 억지춘향으로 역사를 날조한다. 일본 정부는 다음 세대 일본인들을 역사의 문맹, 국제적인 외톨이로 만들 작정인가.



 이토의 외고손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상은 참의원에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독도가 다른 나라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다케시마는 우리 고유의 영토이니 우리 영토가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다케시마는 독도다. 한·일 강제병합의 원흉이요,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의 후손으로 손색없는 특급 망언이다. 그는 남산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선 데 대해 시비를 걸었던 사람이다. 일본 외상의 ‘국제감각 없음’은 코란을 불태워 아프가니스탄에 반미폭동을 촉발한 미국인 목사의 수준이다.



 간 나오토의 민주당 정부는 지진·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라는 미증유의 재앙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면서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원전사고 초기에 미국과 프랑스의 지원 제의를 거절해 사태 수습의 기회를 놓쳤다. 일본 정부의 그런 무책임한 태도는 ‘후쿠시마 원자로에 필시 외국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비밀이 숨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렀다.



 일본 정부는 원전 피해 지역 주민들을 몇㎞ 밖으로 소개시킬 것인가, 농축산물의 방사능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농산물들을 생산 또는 출하 금지시킬 것인가 등 주민들의 사활이 걸린 정보를 제때에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니 외국에 대한 무성의야 말을 해서 무엇 하랴.



 일본인들도 일본 정부의 발표를 불신한다. 재앙 앞에 의연한 일본인들에 경탄한 세계는 경제대국 지도자들의 초라한 위기관리 능력에 다시 놀란다. 지진·쓰나미 복구와 원전사태 수습에 쏟을 시간과 힘도 모자라는 판에 이웃을 상대로 역사왜곡에 영토권까지 주장하고 나오는 일본 정부의 무신경이 놀랍다. 저건 제대로 작동하는 글로벌시대 선진국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재앙이다.



 문부상은 새 역사 교과서로, 외상은 독도 망언으로 한국에서 뜨겁게 달아오르던 한·일 우호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에서는 냉철하게 대응하자는 말이 무성하다. 냉철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한다. 우리가 갈 길은 분명하다. 역경 속의 일본 주민들에 대한 성원에 박차를 가하면서 독도 실효지배를 묵묵히, 착실히 진행하는 것이다. 망동과 망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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