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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르굿 “할아버지는 한국 위해 싸웠고, 난 한국 도움으로 공부”





한국외대·전쟁기념재단, 참전용사 후손 22명 뽑아 대학 학비 전액 지원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터키 청년 트르굿 알프 외젤이 6일 용산 전쟁기념관의 6·25 참전용사 조형물 앞에서 참전국 깃발을 가리키고 있다. 트르굿은 올해부터 한국외대와 한국전쟁기념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게 됐다. [김상선 기자]





‘테브픽 아르파지(TEVFIK ARPACI)’.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터키 청년 트르굿 알프 외젤(21)은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이름을 확인했다. “할아버지가 한국에 가면 절친한 친구에게 꼭 인사드리라고 하셨어요.”









한국전쟁기념재단
백선엽 이사장




 트르굿의 할아버지 일판 귤옌(80)은 한국전에 참전해 1952년 경기도 용인 등지에서 전투를 벌였다. 함께 참전했던 테브픽은 전사해 부산 유엔기념공원 묘역에 잠들었다. 트르굿은 이날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UN참전국 전사자 명비’에서 할아버지 친구의 이름을 찾아 묵념을 했다. 이름을 매만지던 그는 “60년 전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1만㎞ 떨어진 한국에 와 전쟁을 치른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2세 때부터 터키에서 태권도를 배운 트르굿은 2009년 여름 전북 무주에서 열린 태권도엑스포에 자국 선수로 출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한국에 머문 2주간 형제의 나라인 한국인의 정과 문화에 매료된 그는 다니던 전문대를 그만뒀다. 그리고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겠다는 꿈을 안고 지난해 10월 유학을 왔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들은 한국은 기아에 허덕이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 참전용사 초청프로그램으로 할아버지가 한국에 다녀오시더니 너무 발전해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각종 대회에서 받은 금메달까지 팔아 입국한 뒤 서울에서 한국어학당에 다닌 트르굿은 높은 물가와 비싼 등록금 때문에 터키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그런 그가 한국외국어대와 한국전쟁기념재단(이사장 백선엽)이 진행하는 장학사업 대상자로 선발돼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외대·한국전쟁기념재단은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네덜란드·터키·에티오피아·콜롬비아 등에서 참전용사 손자·손녀 22명을 뽑았다. 터키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운영하거나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재단에 몸담는 등 한국에 와본 적은 없지만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8일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11개월간 한국어 연수를 받은 뒤 외대에서 희망하는 학위과정(학·석·박사)을 밟게 된다. 외대가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기념재단이 생활비를 지원한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교육 원조를 통해 되갚는 나라가 된 것이다.



 트르굿은 할아버지가 전투를 벌인 용인에 있는 외대 스포츠레저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부모님이 형편 때문에 유학에 반대하자 할아버지가 ‘내가 싸웠던 나라가 발전한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 가보라’며 지지해주셨다”며 “학업을 마치면 스포츠 분야에서 터키와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대 박철 총장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참전국과의 우호를 증진할 뿐 아니라 우수 해외 인재를 기르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글=김성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한국전쟁기념재단=‘받았던 나라에서 되갚는 국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전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설립됐다. 형편이 어려운 해외 참전용사 후손에게 교육으로 보은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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