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인어공주가 바다에 몸 던져 물거품 됐다고?





[J 스페셜 - 목요문화산책 명화로 읽는 고전]
안데르센의 원작 『인어공주』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인어공주



인어(1900),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작, 캔버스에 유채, 98×67㎝, 왕립 미술아카데미, 런던.











안데르센



지난겨울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남자 주인공(현빈)이 인어공주 같은 연인(하지원)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동화 결말을 새로 쓰는 장면이 나왔다. 인어공주가 사랑에 실패한 뒤 바다에 몸을 던져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슬픈 이야기, 그 결말에 모두 마음 아파한다. 드라마 속 현빈처럼 그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 그것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 원작(1837) 『인어공주』의 진짜 결말이 아니다! 왜 진짜 결말은 현대에 생략되는 걸까?



원작에서 바다로 뛰어든 인어공주는 ‘음악적인 소리로 말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에게 이끌려 자신도 그런 모습이 되어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들은 ‘공기의 딸들’, 즉 바람의 정령(精靈)이었다. 그들은 인어공주가 300년 동안 온갖 생물에게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는 일을 하면 불멸의 영혼을 얻어 천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진짜 결말을 들려줄 때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부분 “인어공주를 좀 덜 불쌍하게 하려고 억지로 덧붙인 결말 같다”고 말한다. 영혼과 천국 운운하는 부분이 종교적 색채가 짙어 불편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현대의 책과 영화에서는 이 결말이 싹둑 잘리고 인어공주가 처연히 바다에 몸을 던지는 데서 끝나곤 한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옳은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원작의 결말에는 유럽 민간의 오랜 정령 사상이 반영돼 있고, 또 안데르센이 이 작품의 가제(假題)를 ‘공기의 딸들’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 결말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아서 래컴의 『운디네』 삽화(1909).











에드몽 뒬락의 『인어공주』삽화(1911).



 결말에서 ‘불멸의 영혼’ 이야기는 난데없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대에는 종종 생략되지만 원작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뿐만 아니라 그와 결혼하면 얻게 되는 인간의 영혼을 갈구하고 있었다. 물의 정령인 인어는 300년의 수명을 다하면 그냥 물거품이 되는 반면, 인간의 수명은 훨씬 짧지만 불멸의 영혼이 있어 사후에 새로운 차원으로 간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안데르센 혼자의 발상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 의학자이자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는 자연을 구성하는 물·불·공기·흙 4원소에 정령이 깃들어 있고, 이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영혼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영혼이 없는 정령은 자연 그 자체와 같아 선악 개념이 없고 때로는 인간에게 다정하지만 때로는 위험하다. 19세기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작품(위의 그림) 속 인어가 청순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위협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정령이 인간과 결혼하면 인간의 영혼을 나눠 받는다는 믿음이 파라켈수스 이후에 생겼다.



 독일의 소설가 푸케(1777∼1843)는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운디네』(1811)를 썼다. 이 동화에서 물의 정령 운디네는 영혼을 얻기 위해 젊은 기사와 결혼한다. 그러나 기사는 나중에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져 운디네를 냉대한다. 이에 분노한 친척 정령들이 뱃놀이 중에 운디네를 친정인 물속으로 끌어가 버린다. 기사는 얼마 후 인간 여성과 재혼한다. 그 결혼식 날 샘에서 하얀 물줄기로 솟아나온 운디네는 정령의 법칙에 따라 배신한 인간 남편을 키스로 질식시켜 죽인다.



 『운디네』는 『인어공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운디네가 강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아서 래컴(1867∼1939)의 삽화(왼쪽 위의 그림)와 인어공주가 바다에 뛰어든 장면을 묘사한 에드몽 뒬락(1882∼1953)의 삽화(왼쪽 아래 그림)가 일맥상통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영국의 래컴과 프랑스의 뒬락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친 이른바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시대’를 이끈 거장들이다. 래컴은 유려한 선묘와 우울한 색조로 유명하고, 뒬락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푸르스름한 색조가 특징이다.



 안데르센은 운디네가 인간과 결혼까지 했지만 결국 그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 것에, 인간의 사랑이 그토록 불완전한 것에 주목했다. 그 자신이 두 차례 쓰디쓴 실연을 겪은 뒤였다. 그는 『인어공주』를 완성한 다음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내 인어공주가 푸케의 운디네처럼 불멸의 영혼을 타인의 사랑에 의존해 얻게 하지 않았어… 그런 식으로 영혼을 얻는 건 운에 달린 거야.”



 이렇게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연애에 대한 체념과 일종의 해탈을 반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어공주에게 왕자의 사랑을 얻는 것과 불멸의 영혼을 얻는 것이 동일한 문제였다. 그것은 마치 사춘기 첫사랑 때 자신의 모든 막연한 이상과 동경을 사랑하는 사람과 동일시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랑의 실패를 겪으며 인간은 성숙하고 이상과 사랑을 분리하게 된다.



 원작의 결말에서 인어공주는 공기의 정령이 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고, 눈물과 함께 사랑의 번민을 씻어낸다. 이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인어공주』는 그저 청순가련한 여인의 비극이 아니라 하나의 해탈과 성숙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인어공주에 자신을 투영한 안데르센의 의도였다. 그러니 인어공주의 진짜 결말을 생략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문소영 기자



평생 독신 안데르센, 사랑 거절 당한 뒤 『인어공주』 완성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안데르센의 많은 동화들, 특히 서글픈 이야기들은 자전적인 것이 많다. 그는 덴마크 오덴세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배우의 꿈을 갖고 수도 코펜하겐에 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 자선가의 후원으로 뒤늦게 고등교육을 받았고 장편소설 『즉흥시인』과 일련의 동화집으로 마침내 명성을 얻게 됐다. 그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하지만 연애에는 계속 실패했고 결국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예민한 성격에다 수줍어하 는 경향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어공주』는 은인의 딸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줍고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인어공주의 모습이 안데르센을 투영하고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