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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집 “이슬람 채권 수익금, 테러집단에 가지 않습니다”





MB 만난 뒤 본지와 단독 인터뷰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이슬람 채권(수쿠크) 수익의 일부가 테러집단에 건네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나집 라작(Najib Razak·58) 말레이시아 총리는 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의 인터뷰에서 수쿠크법 도입과 관련한 국내 일부의 우려에 대해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나집 총리는 “이슬람 채권의 60%를 발행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만큼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수쿠크 수익이 전달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활발히 영업하는데 이슬람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말레이시아가 한국의 중동 투자 진출 때 금융 중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의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지난 4일 방한한 나집 총리는 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은 청와대 만찬이 끝난 뒤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 국내 언론 중 한국어 신문으로는 중앙일보, 영자지로는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영어신문인 ‘코리아 중앙 데일리’와만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방한을 통해 투자 유치나 에너지 협력 등에서 성과가 있었나.



 “말레이시아는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길 바란다. 특히 한국이 강점이 있는 신기술 분야 등에서 합작기업 설립과 투자를 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폐기물처리 등 녹색기술 분야에서 투자를 원한다. 바이오 기술과 정보기술(IT) 분야의 협력도 기대한다.”



 -한국 기업의 반응은.



 “이번 방한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말레이시아 투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자세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 등 분명한 투자 유치 로드맵(일정표)을 제시하자 반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 도입에 관심이 있나.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원자력 기술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여줬다. 한국이 원자력 위험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한국에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말레이시아) 국민의 원전에 대한 태도를 유보적으로 만들었다. 원자력 도입은 국민의 지지 속에 이뤄져야 하며 국민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원전 도입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심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원전 도입을 결정하기 전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배울 만한 점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한국 정부가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화해 가는 것에 맞춰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과 고급 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해 경제효율을 높인 걸 본받고 싶다.”













 -2009년 6월 중국 방문 때 중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했다.



 “말레이시아 2대 총리였던 선친(툰 압둘 라작)이 1974년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한 인연이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해 ‘기회이면서도 위협’이라는 시각이 있는 걸 잘 안다. 중국은 거대 시장이다. 아시아와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만큼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도 수교하고 있는데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북핵은 남북한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도록 계속 압력을 넣어야 한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는 남북한과 중국·대만 대립 등 위협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위협을 중재할 만한 다자간 기구가 없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걸 보고 동아시아공동체 논의가 나온 걸로 안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나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아시아는 동질적 국가들이 있는 게 아니다. 각국의 과거사도 다자간 기구 형성에 걸림돌이다.”



 -중동 민주주의 혁명의 영향은.



 “중동 국가들은 장기 집권으로 인한 미흡한 민주주의와 경제·사회적 문제로 젊은 층의 불만이 증가해 왔다. 이런 상태에서 튀니지에서 한 젊은이의 분신이 민주주의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내재된 긴장과 억눌린 행복 추구로 인해 중동의 민주화 운동은 장기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수쿠크 법안=이슬람 채권(수쿠크)에 면세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은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나 자산 임대와 같은 실물거래를 통해 이자 대신 사용료를 받는 수쿠크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수쿠크를 발행할 때는 부동산이나 자산 거래가 뒤따르며 다른 채권에서는 낼 필요가 없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취득·등록·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정부는 사실상 발행이 봉쇄된 이슬람 채권 발행을 유도하기 위해 수쿠크에 면세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었으나 개신교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나집 말레이시아 총리는



◆나집 라작 총리
=정치 명문가 출신의 말레이시아 6대 총리. 선친(툰 압둘 라작)은 2대 총리를 지냈다. 지난 3일 총리 취임 2주년을 맞았다. 1974년 영국 노팅엄 대학 졸업 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을 거쳐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임원을 지냈다. 그 뒤 정계로 진출해 교육·문화·재무장관과 부총리를 지냈다. 90년 국방장관 재직 때 장갑차 구입을 위해 대우중공업을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세 차례 방한했다. 이번 방한 때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방문하는 등 한국의 경제 성장 노하우에 관심을 보여 왔다. 총리 취임 이후 말레이시아를 고소득 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신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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