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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시일야방성대곡’ 장지연 서훈 취소 후폭풍





독립운동가 하루아침에 친일파 낙인
“한쪽 면만 부각 … 아주 잘못된 결정”





위암(韋庵) 장지연(1864~1921·사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친일(親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5일 국무회의에서 위암을 포함한 19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정했다. 어제까지 독립유공자였다가 하루아침에 친일파로 전락했다. 친일파를 비판해온 시민단체의 결정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공식 의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19명 가운데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위암이다. 위암은 구한말의 대표적 언론인이다.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 목놓아 통곡하노라)’이란 논설로 유명하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한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을 개탄한 글이었다.



 당시 황성신문은 애국사상을 고취하고 일본의 침략에 저항한 언론으로 손꼽힌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을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당했고, 일본의 황무지 개간권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폭로해 국민적 반대운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위암은 황성신문 주필이었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황성신문 간부들은 모두 체포됐고, 신문도 정간됐다. 위암도 3개월간 투옥됐다가 석방됐고,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역대 문헌의 수집과 저술에 힘썼다. 위암은 대표적 항일 언론인으로 인정받아 62년 건국훈장 국민장을 추서받았다. 2004년 11월 국가보훈처 주관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위암의 다른 면모도 있다. 1914년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구실을 한 매일신보에 기고자로 참여한 일이다. 그해 12월 23일부터 1918년 7월 11일까지 발표한 시와 산문 중에서 친일 경향의 글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5일 국무회의 의결은 두 개의 위암 가운데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해 항일 언론인으로 위암을 기억하는 이들의 반발이 거세다.



 2005년 제16회 위암장지연상을 받은 최근덕 성균관장은 “어제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위암은 그런 분이 아니다”며 “아주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위암은 항일 필봉을 제일 먼저 휘둘러 민족의식을 상기시켰다. 유학계에서 모두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위암장지연상은 언론 발전과 국학 진흥에 평생을 바친 위암의 업적을 기려 제정한 상으로,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종석)가 주관한다.



 지난해 제21회 위암장지연상을 받은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연구소 연구실장도 “충분히 숙고해 공과 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한쪽만을 부각시키고 갑자기 사람에 대한 평가를 뒤엎는 것은 성숙한 역사관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는 “위암을 친일파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위암의 ‘친일’로 거론되는 것 중에는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매일신보가 순종의 일본행을 축하한다고 쓴 기사는 다음날 정정기사에서 위암이 쓰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친일 행위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 서훈취소심사위원회를 열어 위암의 서훈 취소를 결정했고, 이를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국가보훈처 홍인표 대변인은 6일 “지난해 서훈 취소를 국무회의에 상정할 때나 지금이나 국가보훈처의 입장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는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진원지다. 위암을 둘러싼 논란도 그 연장선에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논쟁을 정부까지 나서 결정을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다.



배영대·심서현 기자



◆시일야방성대곡=1905년 11월 20일 장지연 주필이 ‘황성신문’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을사오적을 비판하면서 쓴 사설. 이날 장지연은 검열을 받지 않고 신문을 배포했다는 죄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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