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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94) 나는 가수다, 나는 배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가수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말입니다. 시청자와 약속을 깨고, 담당PD까지 바꾸며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럼에도 ‘현문우답’은 이 프로그램에서 적잖은 걸 배웁니다. 특히 딱 한 곡을 위해서 쏟아내는 에너지가 놀랍더군요. ‘전력투구(全力投球)’가 무엇인가. 그걸 되묻게 하더군요. 무쇠솥 밑바닥에 달라붙은 누룽지까지 주걱으로 박박 긁어내듯이 말입니다.



 ‘나는 가수다’에는 시청률을 위한 상업적인 장치가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에는 원시적인 감동이 있습니다. 그건 생사를 건 가수들이 단 한 곡의 노래에 쏟아붓는 진지함과 치열함이 아닐까요. 또 삶의 구비마다 우리가 뽑아내야 할 풍경이기도 하니까요. 일곱 명 가수들의 ‘말말말’을 통해 감동의 이치, 마음의 이치를 짚어봅니다.



 #풍경1 : “누가 록을 좋아해? 그냥 마음껏 즐기고 가는 거야.” 가수 윤도현의 무대는 폭발적입니다. 그 폭발력에는 ‘내려놓은 자의 용감함’이 있습니다. 그는 종종 “우리가 꼴찌일 거야. 그냥 하자.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거야”라며 자신을 다독입니다. 아무 집착도 그리지 않은 마음의 도화지, 자신을 ‘공(空)’으로 돌려놓는 겁니다. 공(空)에 담긴 에너지는 무한하죠. 그 에너지가 색(色)으로 화할 때는 엄청난 폭발력이 분출됩니다. 윤도현의 샤우팅에는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이치가 흐릅니다.



 #풍경2 : “정말 연습 많이 했어요. 그럼 무대에서 아무리 긴장해도 노래를 잘 할 수 있으니까.”(가수 박정현) “소라 누나가 ‘범수야 너무 열심히 준비해서 뭉클했다’고 했어요. 그 말 듣고 제가 뭉클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알아주셔가지고.”(가수 김범수) MC를 보던 이소라는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집에서 면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죠. 반죽을 때리고 늘리고, 때리고 늘리고 반복할수록 면이 쫄깃쫄깃해집니다. 대장간 무쇠도 달구고, 식히고, 달구고, 식힐수록 더 강해지죠. 노래도 그렇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부수고, 다시 부르고, 다시 부수고를 거듭할수록 쫄깃쫄깃해지는 겁니다.



 왜냐고요. 창조와 파괴, 창조와 파괴를 반복할수록 모든 게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마음도 그렇고, 물질도 그렇습니다. 박정현의 노래 ‘첫인상’은 중간평가에서 6위였죠. 그런데 라틴풍의 최종무대에선 확 달라졌습니다. 부르고, 고치고, 부르고, 고친 거죠. 창조와 파괴를 거듭한 결과물입니다.



 가수들의 연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부단한 창조와 파괴의 연속 작업입니다. 최고의 가수도 얼마든지 노래를 더 잘할 수 있는 겁니다.



  #풍경3 :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됐습니다.”(가수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김건모는 마음고생이 심했죠. 번뇌의 바다에 빠진 겁니다. 그러나 김건모는 ‘까불던 무대’를 ‘떨리는 무대’로 바꾸며 “역시 김건모야!”라는 평가를 끌어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성숙해 지더군요. 그는 “(이번 시행착오가) 새로운 발을 내딛는 출발선에 똑바로 서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돌이켰습니다.



 ‘현문우답’은 거기서 번뇌의 속성을 봤습니다. 김건모의 번뇌는 힘겨운 터널을 지나며 김건모의 지혜로 바뀌더군요. 번뇌와 지혜는 둘이 아니니까요. 하나의 달이죠. 먹구름을 통해서 보면 번뇌가 되고, 먹구름을 걷고 보면 지혜가 되는 겁니다. 번뇌의 달이 크면 지혜의 달도 큰 법이죠.



 #풍경4 : “7위 정엽!”하는 순위 발표의 순간, 정엽은 웃었습니다. 멋쩍은 웃음, 거기에는 ‘끄덕임의 힘’이 있더군요. 흐르는 것을 따르는 수용의 힘이죠. 마지막 무대를 떠나면서 정엽은 “음악은 굉장히 따뜻한 것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순위를 매기는 서바이벌 무대는 냉혹합니다. 그런데 그런 냉혹함을 뚫고 올라오는 온기가 있더군요. 그 온기의 이름이 바로 음악입니다. 노래입니다. 우리의 삶도 냉혹하기 짝이 없어 보이죠. 그러나 거기에도 온기가 있죠. 그걸 찾는 게 수행입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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