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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유사 팔만 꺾지 말고 세금 낮춰야

30년 전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부의 가격 통제방식이 되살아났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4개 민간 정유회사의 팔을 꺾어 석 달간 L당 100원씩 기름값을 인하토록 한 것이다. 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움직인다고 배웠으나 2011년 한국의 유류시장은 ‘정부의 보이는 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GS칼텍스는 칼텍스의 모기업인 미국 셰브론이 50%의 주식을 갖고 있고, 에쓰오일은 사우디의 아람코가 35%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외국자본가 눈에는 시장논리가 완전히 증발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이 같은 무리수는 올 1월 13일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물가는 불안한데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다는 뉘앙스였다. 이 발언 직후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바로 지식경제부를 맡은 최중경 장관이 등장했다.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만있지 않았다. 1월 18일 3개 부처 공무원들과 정유업계, 석유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가하는 ‘석유가격 TF(태스크포스)’가 발족했다. 그 뒤 석 달 가까이 정유업계를 들볶았지만 뚜렷한 불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자 주무부처인 지경부 최중경 장관이 나서 “정유사들이 알아서 가격을 내려 달라”고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후환(後患)이 두려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3일 SK에너지가 3개월간 3000억원의 손해를 무릅쓰고 휘발유·경유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최 장관은 “SK에너지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는 환영 논평을 바로 냈다. 나머지 3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결국 모두 따라 했다. 인하 폭, 인하 시기, 인하 기간이 똑같다. 업체가 서로 짜고 가격을 조종하는 행위를 담합(談合)이라고 한다. 공정경쟁을 해치는 대표적인 불법행위인 담합이 정부의 요구로 일어난 것이다.



 장관들은 기름값 오름세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이렇게 애썼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캐내지 못하는 한 정부가 민간 업계의 가격결정 과정에 간섭할 근거는 없다. 정부가 진정 기름값을 낮추고자 한다면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 기름값의 2~3%에 불과한 정유업계 마진이 폭리가 아니라 기름값의 50%에 달하는 세금이 ‘폭리’다. L당 1000원인 휘발유에 세금 1000원을 얹어 2000원을 받는 것이야말로 횡포다. 세금이 절반이라 인하할 여지도 많다. 아닌 게 아니라 올 들어 석 달간 유류 관련 세금은 지난해 동기보다 1조원가량 더 걷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약 4조원이 더 걷힌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재원이면 세금을 L당 300~400원 깎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민간 기업에 반강제로 가격을 낮추도록 한 상황에서 정부도 세금을 깎아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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