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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아스퍼거 증후군









오스트리아의 소아정신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1906~80)는 1944년 4명의 남자 어린이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정신질환을 발표했다. 지적 능력과 언어 발달은 정상인데 자폐증(自閉症)과 일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증상이었다. 아이들은 사회성과 사교성이 결여됐고, 특정 관심사에 몰입했으며, 서투르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선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해 ‘어린 교수들(Little professors)’이라고 비유했다.



 이 발표는 독일어로 쓰인 데다 소수의 ‘괴짜’를 조사한 것으로 여겨져 40년 가까이 빛을 보지 못했다. 81년에야 그의 이름을 따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란 명칭이 학계에서 처음 사용됐고, 90년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는 불과 수년 전이다. 영화 ‘레인맨’(1988)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연기한 ‘새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과 흡사하다. 뇌기능 장애가 있지만 수학·암기·음악 등 특정 영역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화가 고흐가 아스퍼거 증후군 증세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최근 개봉한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을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아스퍼거 장애를 앓고 있는 IQ 168의 주인공 칸을 내세워 9·11 테러 이후 이슬람교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을 다뤘다.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차가운 시선 속에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는 말을 하려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과정을 종교와 인종 문제로 접근했다.



 나라 안팎에서 종교 문제로 시끄럽다. 국내에선 세속화된 종교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다름을 포용하지 않으려는 독선이 판친다. 해외에선 미국의 한 목사가 ‘코란 화형식’을 하고, 이에 격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는 유혈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신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의 ‘문명의 충돌’로 번질까 걱정된다. ‘내 이름…’에서 칸은 “세상에는 좋은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과 나쁜 행동을 하는 나쁜 사람, 단 두 종류의 사람만 있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 특정 종교가 절대선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리라.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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