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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 칸, 자본 통제의 시대 여나











프랑스 사회주의자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62·사진)은 2007년 9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됐다. 그의 첫 일성은 ‘IMF 개혁’이었다. “글로벌 공동체의 금융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기금을 바꾸겠다”고 그는 말했다. 미 월가나 워싱턴 쪽은 개의치 않았다. IMF 최대주주는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후 3년이 넘도록 칸 총재가 말한 개혁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6일(한국시간) 일각이 드러났다. 칸 총재는 자본통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IMF 회원국은 외국 자본이 자국에 들어와 수익금을 챙겨가는 일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자본통제는 금기였다. 한 나라가 자본통제국으로 분류되는 것만으로도 외국 자본의 투자는 기대할 수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금기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일까. 칸 총리는 조건부 자본통제 방안을 제시했다. 회원국은 통화가치가 저평가되지 않았거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면, 그리고 재정·통화 정책수단을 쓸 여건이 안 될 경우에 한해 자본이 자국 국경을 넘나드는 일을 제한할 수 있다.



 칸 총재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회원국은 특정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들은 자본통제에 앞서 자국 통화가치가 오르도록 허용하거나 정부의 돈 씀씀이를 줄이는 등의 ‘올바른 정책’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하지만 “월가 일부는 ‘사회주의자 칸이 기어코 정체를 드러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IMF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 내용(서울 컨센서스)의 일부다. 그때 G20 정상들은 급격한 자본이동을 조절해 거시 건전성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자본이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IMF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변화’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이 평가했다.



 IMF는 1944년 처음 설립된 이후 80년까진 자본통제를 용인하는 쪽이었다. 사실상 주인인 미국이 63~74년까지 11년 동안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통제하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80년 이후 자본·무역 자유화, 규제완화(워싱턴 컨센서스)를 구제금융을 받은 남미와 한국 등에 처방했다.



 이번 가이드라인대로라면 “회원국 187개 나라 가운데 IMF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본통제를 할 수 있는 곳은 47~62개국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미 자본통제에 나선 회원국들도 있다. “한국과 브라질 등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통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으로 자본이동을 제어하고 있다”고 FT 는 보도했다.



 자본통제의 효과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이나 90년대 칠레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대가는 치러야 한다.” 금융 석학 베리 아이켄그린(경제학) UC 버클리대 교수의 말이다. 그가 말한 대가는 자본조달의 어려움이나 금융산업 침체 등이다.



 칸 총리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아직 IMF 공식 정책이나 원칙은 아니다. 서울 컨센서스에 따라 IMF 실무진이 만든 준칙이다. 회원국 간 갑론을박을 거쳐야 한다.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 대표 노귀에라 바티스타는 “가이드라인은 저금리 정책으로 핫머니를 양산하는 미국 등에 대한 비판이나 처방이 들어 있지 않아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어쨌든 80년 이후 30년 정도 풍미한 워싱턴 컨센서스에 균열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핵심 축인 자본자유가 제약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는 서울 컨센서스의 시대일까.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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