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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티브 잡스를 욕해야 할까







심상복
논설위원




애플이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블릿PC ‘아이패드2’를 공개하는 순간 삼성전자 경영진은 긴장했다. 죽어 간다던 적장(敵將)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와 검은색 티, 평소의 그 차림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나타난 정도가 아니라 그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75분간 당당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중간중간에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의 모방품(copycat)이라며 삼성전자에 잽을 날리기도 했다.



 더욱 날렵해진 아이패드2에 삼성 기술진은 숨을 죽였다. 기존 제품에 비해 두께는 13.4㎜에서 8.8㎜로 날씬해졌고, 무게는 680g에서 613g으로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가격은 종전 그대로(16GB 기준 499달러)라고 말하는 잡스는 의기양양했다. 삼성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갤럭시탭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던 기술·디자인팀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의 작업은 다 없던 것으로 하고, 무조건 아이패드2보다 얇고 가볍게 만들라는 엄명이 최지성 부회장 입에서 떨어졌다. 20일 뒤 삼성전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북미이동통신전시회(CTIA)에서 갤럭시탭 8.9와 10.1을 발표했다. 두께는 8.6㎜, 무게 역시 600g이 안 됐다. 그 짧은 시간에 상대를 뛰어넘는 저력을 보인 ‘사건’이다.



 동시에 이 사건은 삼성전자의 정보 수집과 판단력에서 아쉬운 점도 드러냈다. 최첨단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보안은 한마디로 철통같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미리 포착하거나 예측하는 것 또한 기술이다. 적이 다음 제품을 어떻게 만들지 내다볼 수 있어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였지만 그들의 동태를 꿰뚫어 보는 데 실패했다.



 요즘 세상은 일등은 확실하게 대접하지만 그 아래는 다 그렇고 그런 정도로 치부한다. IT 분야에선 더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앞세워 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선 애플에 치이고 있다. 사실 이런 자리매김은 꽤 오래됐다. 2007년 1월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삼성은 잡스라는 한 천재에게 휘둘리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야 대항마로 옴니아폰을 출시했다. 윈도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이 제품은 가격이 95만원대였지만 기능은 한참 떨어졌다. 특히 터치감이 엉망이었다. 인터넷엔 아이폰과 비교한 혹평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기술의 삼성’에 먹칠을 한 제품이었다. 뒤에 성능을 개선했다는 옴니아2가 나왔지만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을 통해 옴니아는 17만 대, 옴니아2는 55만 대나 팔았다. 옴니아2는 KT를 통해 쇼옴니아, LG유플러스에서는 오즈옴니아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기도 했다. 시장에 불만이 넘쳐났지만 회사 측은 모른 척했다. 과거 이런저런 이유로 ‘안티삼성’ 분위기가 조성된 적은 있지만 성능 미달 제품으로 안티운동이 벌어진 건 아마 이게 처음이 아닐까 싶다. 네티즌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청원·서명운동을 벌인 뒤에야 삼성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은 올 1월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을 잘 알고 있으며, 곧 구제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다리던 보상책이 얼마 전 나왔다. 옴니아 고객들에게 할부 잔액 부담을 덜어 주고 삼성전자의 새 휴대전화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삼성카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삼성카드를 많이 사용해 얻은 포인트로 할부 잔액을 털어주겠다는 얘기였다. 기기 변경 장소도 삼성 리빙프라자로 제한했다. 통 큰 보상을 기대했던 고객들 입에서는 “이 판에 계열사 챙기기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나저나 옴니아폰을 아직 쓰고 있는 소비자는 일부라도 보상받을 것 같지만 이미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 이들은 어쩔 것인가.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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