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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 ‘천재들 도시’가 유령의 도시로





중앙일보 임현주 기자, 체르노빌 원전 재앙 25년 ‘죽음의 땅’ 가다 ②



체르노빌에서 3㎞ 떨어진 도시 프리퍄티의 한 건물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 1986년 원전 사고 직후 주민들이 피난가면서 이곳은 폐허가 됐다. 발전소 직원 니콜리아 파닌(오른쪽)은 프리퍄티를 가리키며 “유령의 도시”라고 말했다. [프리퍄티=김형수 기자]





3일 오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프리퍄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북쪽으로 3㎞ 떨어진 곳이다. 체르노빌 동편의 강 이름을 따 1970년 지어진 계획도시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가족 5만여 명이 살았으며 평균 거주 연령은 26세였다. 소련 체제 때 공산당이 젊은 천재 과학자들을 이곳에 강제 이주시켰다.



 체르노빌에서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자 호텔과 학교·유치원 등 폐허가 된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인상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중앙 광장에 있는 8층짜리 호텔로 올라갔다.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 뒤에는 이 마을을 유령의 도시로 전락시킨 원전 4호기가 자그맣게 보였다. 계단마다 당시 충격으로 깨진 유리 조각들이 깔려 있었고, 객실의 옷장은 유리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삐거덕거렸다. 천장에 고여 있던 빗물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호텔 앞 문화예술극장에는 1986년 사고 당시 상연 중이던 작품의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수퍼마켓에는 버려진 카트가, 수영장 위에는 사고 발생일인 86년 4월 26일 오전 1시26분에 멈춰선 시계가 그대로 있었다. 프리퍄티는 사고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의 방사능 피폭 수준은 3만3000마이크로시버트(μ㏜)였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량이 7000μ㏜ 이상이면 며칠 내 사망할 수 있다.



 당시 소련 정부는 원전사고 후 36시간 만에 버스 1200대를 동원해 3시간 동안 이곳 주민들을 모두 외곽으로 대피시켰다. 폐허가 된 학교 교실에는 출석부와 학생 25명의 시험 점수, 과목별 과제를 기록한 노트가 널브러져 있었다.



 유치원에는 곳곳에 인형과 방독면이 굴러다녔다. 버려진 사물함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실내화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건물 안쪽엔 여러 방에 어른 키 반만 한 침대들이 20~30개씩 들어서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빅토르 이바노프(37)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방독면 착용법을 배웠지만 막상 원전 폭발 후 방사능 차단에는 도움이 안 됐다”며 “사고 직후 정부는 황급히 15세 미만 아이들을 모두 우크라이나 남쪽 오데사·크림 지역으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상으로 키예프에서 체르노빌까지 직선 거리는 70㎞밖에 안 된다”며 “당시 체르노빌과 키예프 인근 15세 미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모두 부모와 3개월 이상 떨어져 지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프리퍄티를 함께 둘러본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이곳은 원전사고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완벽한 도시였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가 국가 최고 인재들과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임현주 기자



 체르노빌 통제구역 30㎞ 인근에는 현재 원주민 수백 명이 돌아와 생활하고 있지만 프리퍄티는 지금도 방사능 수치가 높아 출입 시 비상대책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2시간 이상 체류할 수도 없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니콜라이 파닌은 프리퍄티를 “유령의 도시”라고 말했다.



프리퍄티(우크라이나)=임현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프리퍄티=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도시로 소련 정부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함께 계획해 건설했다. 체르노빌 원전 직원과 가족 5만여 명이 살았지만 1986년 사고 이후 유령도시가 됐다. 대피 명령 후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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