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해외칼럼] 강경 극우파 부드러워졌다




기 소르망
프랑스 철학·경제학자


지난달 27일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정치의 오랜 역설이 또다시 재연됐다. 극우당인 국민전선(FN)은 11%의 지지를 얻었지만 의석은 고작 0.1%를 얻었다. 이러한 괴리는 40년 전 장 마리 르펜이 국민전선을 창당했을 당시부터 이어진 현상이다. 르펜은 지난 1월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딸 마린에게 당수 자리를 물려줬다. 당수가 바뀌면서 당의 운명도 바뀌었다.

 그간 국민전선이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두 개의 거대한 적수, 사회당과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전략 때문이다. 두 당은 이 전략으로 1980년대부터 중앙·지방 정부의 요직을 독식해왔다. 두 당은 모든 선거에서 ‘공화주의 전선’을 형성해왔다. 결선투표에서 국민전선 후보와 맞붙을 경우 서로 표를 몰아줬다. 이 전략은 40년간 극우파를 요직에서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의 지지층을 줄인 것은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관례를 깼다. 결선투표에서 국민전선과 사회당 후보가 경합할 때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대중운동연합 지지자들의 표가 분산됐다. 국민전선과는 어떤 형태의 교류도 거부했던 시라크와 달리 사르코지는 국민전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좌파는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싫든 좋든 국민전선은 합법 정당이다. 국민전선 지도자들이 외국인 공포증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국가에 해를 끼친 적은 없다. 그 안에 파시스트가 일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정당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공화주의자 연합을 붕괴시킨 것은 마린 르펜 당수의 리더십이다. 마린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은 공상가였다. 그는 도덕적 회복을 위해 백인, 가톨릭 신자 위주의 프랑스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과 근대 복지국가를 거부한 것처럼 르펜은 무슬림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딸, 마린은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마린은 당권을 넘겨받은 뒤 국민전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핵심 정책인 이민 반대에 국가에 대한 찬양을 결합시켰다. 또 새로운 반자본주의적 색깔을 입혔다. 이탈리아의 북부리그, 벨기에의 플레미시이익정당 등 다른 유럽 극우정당들처럼 ‘부드러운’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낮은 경제 성장률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복지국가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극좌파는 자본주의를 비난했고, 극우파는 이민자를 탓했다. 극좌파는 혁명을 제안했고, 극우파는 인종 청소를 주장했다.

 지난 세기 유럽 곳곳에서 반자본주의 혁명이 시도됐지만 모두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민자 추방 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둔화된 경제 성장, 실패한 복지국가, 무분별한 이민 등의 문제는 극우·극좌 양쪽 모두 공약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극우파의 ‘부드러운’ 포퓰리즘 정책이 프랑스와 유럽에 계속 출몰할 것이다.

기 소르망 프랑스 철학·경제학자
정리=이에스더 기자 ⓒ Project Syndicate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