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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로야구 30년, 600만 관중에 초라한 구장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1982년 3월 27일 지금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자리한 서울야구장에서 MBC와 삼성의 프로야구 첫 경기가 열렸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개막경기 시구를 하자 MBC 포수 유승안은 받은 공을 돌려주려 마운드로 뛰어갔다. 거구에 포수 장비까지 갖춘 유승안이 전 대통령을 향해 달리자 깜짝 놀란 경호원들이 몸으로 막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력도 그랬지만 야구에 대한 이해가 프로야구를 즐기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당시 프로야구는 지역갈등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MBC 청룡과 해태 타이거즈가 83년 한국시리즈를 펼칠 때 아주 심각했다. 신문과 방송은 이 대결을 용쟁호투·용호쌍박이라고 표현했는데, 해태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상징이고, 용은 중국의 영물이니 용쟁호투가 아닌 호쟁용투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86년 호남 연고의 해태와 영남 연고의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할 때는 특정 팀이 우세하다고 전망을 했다가 ‘쌍욕’을 듣는 게 다반사였다. 삼성의 패배에 분개한 대구 팬들이 해태 선수들에게 술병을 던지고 선수단 버스를 불태웠다. 관중석에선 툭 하면 패싸움이 벌어졌다.

 6개 팀으로 출범한 프로원년 총 관중은 140만 명이었다. 30년이 지난 올해는 아홉 번째 구단 엔씨소프트가 창단 승인을 받았다. 시즌 총 관중은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질과 양 모두 엄청나게 발전했다. 응원 문화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구단끼리 선수를 트레이드 하면서 타향 출신의 선수를 응원하기도 하고, 타 지역 출신 신인 선수가 프로 입단 후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역갈등의 표출 수단이 지역통합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승부에 목 매는 것이 아닌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를 감상할 줄 알게 됐고, 가족·연인 간 응원 팀이 달라도 함께 야구를 즐기고 있다. 응원 피켓에 적힌 기발한 응원문구를 보면 프로야구가 나이 먹어갈수록 팬들이 젊어지고 건강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력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야구 종주국 미국이나 아시아 최강국 일본을 이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2006,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각각 4강, 결승전에 진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미국·쿠바 등을 모두 꺾는 등 9경기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뛰고 팬들이 즐길 무대는 너무나 초라하다. 대구·광주·대전 등 지방구장은 지어진 지 50년이 넘었다. 관중석은 낡고 비좁으며, 그라운드 곳곳에서는 부상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야구 선배로서 팬들과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프로야구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 우선 지방 구단과 지자체가 손잡고 관중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가 시작했으니 다른 도시도 따라와야 한다. 제10구단 창단도 시급한 문제다. 엔씨소프트가 2013년쯤 1군에 진입해 9개 팀이 한 리그에 소속되면 한 팀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3일씩 쉬어야 한다. 이런 맹점을 막기 위해서는 제10구단이 엔씨소프트와 함께 리그에 편입돼야 한다. 또 한국과 일본이 언젠가는 하나의 리그로 통합될 밑그림도 있을 것이다. KBO는 2016년엔 한·미·일 우승팀이 월드시리즈를 열어 초대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서른 살 청년이 그렇듯 30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큰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어깨가 무겁겠지만 서른 살답게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팬들에게 보답했으면 좋겠다.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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