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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구걸, 왜 어려운 길로만 가나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을 겸하고 있다. 이런 고위 관료가 최근 영국을 방문해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면서 식량지원을 호소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 경제관료 12명이 미국에서 구글·스탠퍼드대학 등을 방문해 시장경제를 배우고 있다. 함경북도 나선특별시에 대해선 중국 관광객의 자가용 관광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두 내년으로 예정된 ‘강성대국 진입식’에 대비해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로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월부터 한·미를 포함한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식량지원을 호소해왔으나 싸늘한 반응만 얻고 있다. 권력서열 10위 이내인 최 의장이 영국까지 간 것도 이런 초조함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식량을 확보한다 해도 얼마나 하겠는가. 통상적인 부족분 100만t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실감했겠지만 한국만이 연 30만~50만t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해 주었다.

 경제관료들의 시장경제 학습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서방국가와 중국에 경제관료들을 파견해 이른바 ‘붉은 자본가’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물론 이번엔 미국에서 ‘특별히 배울 과목’이 있어 미국을 방문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관련된 것이라면 한국에도 없는 것이 없다. 이런 점은 2002년 한국을 방문한 북한 경제시찰단이 이미 실감했을 것이다. 실세 중의 실세인 장성택(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한 시찰단은 시장과 수출을 통한 한국경제발전론을 비롯해 수익분배, 물품공급 및 대금지불 방식 등 시장경제·자본주의에 대해 상당한 공부를 하고 돌아갔다. 게다가 이번에 미국에서 학습한다고 하는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동은 한국에도 우수 사례가 많다.

 결국 핵 개발과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따른 한국과의 대치로 북한은 수고를 더 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굳이 영국이나 미국까지 가지 않고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북한은 남측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면 남남갈등이 심화돼 결국 남측 정부가 손을 들 것으로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착각과 오판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는 ‘남측이 벌인 특대형 모략극’이라면서 ‘서울 불바다’ 운운하는 한 남측으로부터의 경제지원 기대는 접어야 한다.

 현재 북한경제가 처한 실상은 몇몇 관료가 시장경제 원리를 안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특히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한다면서 주민들을 굶주리게 할 수야 없는 것 아닌가. 식량지원이든, 시장경제 전수(傳授)든 북한을 효과적으로, 진정성 있게 도와줄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남측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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