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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으로 그리스 못 구해” … 워크아웃 가능성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 국가채무 위기의 물살이 부쩍 빨라지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그리스·아일랜드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마침내 그리스 국가 워크아웃(채무구조조정) 추진 설마저 불거졌다. 폭포 직전 물살이 빨라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종 해결책으로 그리스 워크아웃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IMF가 유럽연합(EU)과 손잡고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그리스가 현재 재정 상태로는 빚을 약속대로 갚는 일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플랜B(워크아웃)’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IMF가 워크아웃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이유는 그리스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그리스 정부 외채는 1668억 달러(186조원)에 이른다. 민간 외채까지 합하면 전체 대외 채무는 5300억 달러에 이른다. EU와 IMF는 지난해부터 3년 동안 구제금융 1462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리스는 이 돈으로 만기가 돼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고 있다. 대신 그리스는 재정 긴축을 약속했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실업수당 등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통상적인 구제금융 처방이다. 파장은 심각하다. 지난해 그리스의 4분기 성장률은 -6.6%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정부 세수가 급감해 재정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른바 ‘구제금융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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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는 슈피겔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재무장관 기오르고스 파파콘스탄티누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워크아웃의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구제금융 방식으론 그리스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유럽 금융계의 컨센서스”라고 2일 보도했다.

 FT의 예상대로 그리스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 나라 채권을 쥐고 있는 독일·프랑스·영국·네덜란드·미국·벨기에 금융회사들은 타격받는다. 만기 연장과 이자율 깎아주기는 워크아웃의 기본 패키지다. 그리스가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출자전환은 불가능하다. 그 대신 채권 금융회사들은 일부 원금을 탕감해줘야 할 듯하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가 주장해 ‘투자자 손실 감수’ 조항을 EU 정상회의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원금 일부 탕감을 포함한 워크아웃으로 가는 길은 어느 정도 설계된 셈이다.

 그러나 그리스 워크아웃을 실시하기 위해선 또 다른 필요조건이 있다. 정치적 리더십이란 조건이다. 미국 최고 투자자문가인 릭 에델먼은 최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정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U의 조타수인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27일 자국 지방선거에서 패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메르켈이 자국 투자자들(금융회사와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한 그리스 워크아웃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2일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 사태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때 신용등급이 빠르게 추락하면서 시장의 힘에 의해 끝내 궁지(디폴트)에 몰리는 일이 곧잘 벌어진다. 이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인 S&P·무디스·피치가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 신용등급을 빠르게 강등했다. 이달 1일 포르투갈은 A-에서 투자부적격(투기) 등급 직전인 BBB-로 세 계단이나 깎였다. 약 열흘 만의 재조정이었다. 이날 아일랜드도 A-에서 BBB+로 한 계단 떨어졌다.

 그리스는 지난달 29일 BB+에서 BB-로 두 계단 미끄러졌다. 이들 세 나라 뒤에는 유로존(유로사용권)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이 있다. 스페인의 부채 규모는 7814억 달러에 이른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금융회사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다. 자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6%밖에 되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1.2%였다. 유럽 정치 리더들의 결단이 미뤄질수록 스페인 위기 가능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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