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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형식 앞세워 엿보는 결혼 적령기 남녀의 심리전

12명의 미혼 남녀(남자 7명, 여자 5명)가 강화도 외딴집에 모인다. ‘짝’이라는 간판을 단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애정촌’. 12명은 숫자를 사용해 남자 ○호, 여자 ○호로 불리며 일주일간 서로를 탐색한다. 합숙 이틀째 각자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셋째 날부터 진실토크를 하며 매일 일정에 따라 미션을 수행한다. 목적은 단 하나, 결혼을 위한 짝 찾기다.

짝짓기 프로의 변신, SBS-TV ‘짝’

이번 주까지 2회가 방송된 SBS ‘짝’(매주 수요일 오후 11시15분)을 보면서 첫 번째 드는 생각. 이것은 다큐일까, 예능일까. 예능이라 하기엔 마땅한 웃음 포인트가 없고, 무미건조한 카메라 관찰이 계속될 뿐이다(정통 다큐적인 내레이션도 한몫한다). 다큐라 하기엔 남녀 12명의 스펙·외모가 ‘평균’ 이상이고, 딱히 일러 주는 ‘진실’이 없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고, 또 둘 다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남규홍 PD는 SBS 다큐 ‘출세만세’ 등을 만들었던 시사교양 PD다. 그런데 연초 SBS가 예능과 교양 부문 경계를 허물고 제작총괄국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면서 예능·교양 PD 구분이 없어졌다. ‘짝’은 그 신고작 같은 작품이다. 올해 초 방송한 SBS스페셜 다큐멘터리 ‘짝’ 3부작이 호응을 얻자 자신감을 갖고 정규 편성한 것이다. 애정촌 포맷은 1부 ‘나도 짝을 찾고 싶다’의 구성(가상공간 애정촌에서 남녀 합숙 실험)을 그대로 가져왔다.

결혼적령기 일반인이 출연해 구혼 상대를 찾는 과정은 MBC ‘사랑의 스튜디오’로부터 무수하게 변주돼 온 예능국 인기 아이템이다. 케이블TV에선 관찰카메라를 설치해 남녀의 화학작용을 엿보는 리얼리티쇼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여성 30명이 남자 1명을 저울질하는 ‘러브 스위치’(tvN) 같은 자극적인 포맷도 나왔다.

그런데도 ‘짝’이 눈길을 끌었다면 이것이 ‘다큐’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예능이었다면 심심했겠지만 ‘진짜 원조’처럼 ‘진짜 리얼’을 보증하는 다큐라는 단어는 그렇게 시청자의 관음증을 정당화해 줬다.

그런데 이들 남녀, 대한민국 평균이라기엔 스펙도 외모도 출중한 편이다. 남자는 대기업 회사원 아니면 프리랜서라도 포토그래퍼 등 전문직이 대세다. 여자 역시 일반인 평균 이상의 외모다. 게다가 남자 7과 여자 5의 성비라니. “괜찮은 남자가 없어 결혼 못 한다”는 골드미스가 태반인 한국 사회에서 맞지 않는 그림 아닌가. 다큐라고 하기엔 ‘인위적인 설정’에 대해 남 PD는 이렇게 답했다.

“만드는 입장에선 다큐냐 예능이냐 신경 안 써요. 기존 다큐의 눈으로 보면 이상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기존 상자에 넣을 순 없잖아요. 칠면체를 사각상자에 담을 수 없듯이요. 오락 프로인 ‘남자의 자격’ ‘무한도전’에도 훌륭한 다큐멘터리적인 속성이 있어요. ‘짝’에서도 예능적인 재미를 느낀다면 고마운 거죠. 팔씨름이나 얼음물에 뛰어드는 거나 그런 미션을 통해 참가자들을 두드러지게 하려는 겁니다. 그걸 있는 그대로 담는다는 점에서 다큐에 충실하려는 거고요.”

남 PD는 여기에 방송이라는 제약도 강조했다.
“소위 ‘사’ 자 신랑과 농촌 노총각을 골고루 섞어야 다큐인 것처럼 말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려 했어요. 일등 신랑과 아닌 사람이 섞여 있을 때 후자는 결국 망신당하고 가기 쉽잖아요. 여자도 외모가 너무 떨어지는 경우엔 본인이 입게 될 상처가 커요. 이 프로는 누굴 망신 주려는 게 아니라 남녀가 짝을 찾을 때 무엇을 우선하는지를 보는 거죠. 현실에 답이 있는 것 아닌가요.”

남녀 성비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남자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전체 흐름이 활기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도 짝을 찾으려는 절실한 목적이 있으면 출연 가능하다. 짝을 찾는 데 제한을 둘 수 없다. 애정촌에 와서 자신의 내면·외면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목적에 충실하게 된다”는 변이다.

그러나 수요일 심야의 강자 MBC ‘황금어장’과 맞붙은 결과는 기대 이하다. 2주간 나눠 방송된 1기의 짝 찾기는 첫 회 6.2%(AGB닐슨미디어리서치), 2회 4.6%였다. 신년특집 당시 12.1%와 비교하면 참담하다. 프로그램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재방송 보는 줄 알았다” “88년생 여자가 결혼하러 출연했겠느냐. 방송 타서 떠보려는 속셈이 읽혔다”는 반응 등이다. MC 싸이의 역할이 뜬금없고 내레이션과 따로 노는 구성도 몰입감을 방해한다.

여기에 남는 의문. 우리는 왜 남의 짝 찾기를 엿보려는 걸까. ‘우리 결혼했어요’나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유명인들의 엔터테인먼트다. 일반인의 짝 찾기라면 그 과정에 나를 대입하고 ‘선택함’과 ‘선택받음’의 갈림길을 즐길 것이다. 그러나 ‘짝’은 다큐라는 이유로 멀리 떨어져 관찰한다. 한번이라면 재미 있다. 그러나 매회 반복되는 ‘그들만의 리그’를 인내하고 볼 수 있을까. ‘짝’이 끝내 예능으로 기울지 다큐에 충실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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